[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쿠웨이트전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기였다. 3대1 대승이라는 결과 뿐만 아니라, 이태석(포항) 이현주(하노버) 등 새얼굴 실험과 핵심 자원들의 체력 안배, 부상 예방 등 잡을 수 있는 모든 토끼를 다 잡았다.
빠른 선제골이 만들어낸 선물이었다. 전반 9분, 이른 시간 오세훈(마치다)의 첫 골이 터지며 쿠웨이트를 흔든 한국은 10분 뒤 손흥민(토트넘)의 추가골까지 터졌다. 비록 한 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후반 29분 배준호(스토크시티)가 쐐기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홍 감독은 부상 여파가 남아 있는 손흥민을 후반 19분 벤치로 불러 들였다. 그는 "손흥민은 우리 팀에서 중요한 선수다. 앞으로도 미래를 위해서 손흥민을 계속 보호할 생각"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축 선수들인 황인범(페예노르트) 이재성(마인츠) 등에게도 휴식의 시간을 줬다.
사실 홍명보호의 유럽파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괴물' 김민재(바이에른 뮌핸)가 대표적이다. 김민재는 올 시즌 개막 이래 바이에른이 치른 16경기를 모두 선발 출전했다. 지난 시즌 불안했던 입지를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지만, 최근의 스케줄은 분명 우려스럽다. 분데스리가와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여기에 컵대회까지 매주 두 번 정도 경기를 소화하는데다 A매치까지 치러야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지만, 힘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실제 김민재는 쿠웨이트전 추가시간 "아 힘들어"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그의 목소리가 그라운드 안에 설치된 중계 방송사 마이크에 고스란히 담겼다.
황인범 역시 A매치 소집 전까지 리그와 UCL, 매주 2경기 씩 총 7경기를 치르는 지옥의 스케줄을 소화했다. 설영우(즈베즈다) 등 다른 유럽파들 역시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홍 감독은 선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결과도 놓칠 수 없다.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중립지인 요르단 암만의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6차전은 본선행을 더욱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경기다. 이날까지 승리한다면, 사실상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3차예선에선 각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팔레스타인전 역시 포인트는 선제골이다. 빠른 선제골이 들어가면, 여유를 갖고 스쿼드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홍 감독표 상생이 다시 한번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젊은 자원들도 호시탐탐 출전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2무3패로 6위로 추락해 있지만, 2무 중 1무가 우리와의 홈 1차전에서 거둔 성적이다.
밀집수비는 언제나 그렇듯 쉽지 않다. 하지만 쿠웨이트전에서 보듯 빠른 시간 선제골을 넣으면 그만큼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이처럼 이른 선제골은 승리와 선수 보호, 두마리 토끼를 위한 핵심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