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T는 어떻게 한화의 미래, 그리고 즉시전력감을 데려왔을까.
길었던 '보상 전쟁'이 마무리 됐다. KT 위즈는 한화 이글스 마운드의 미래와, 외야의 즉시전력감을 데려왔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KT는 18일 FA 투수 엄상백의 보상 선수로 한화 외야수 장진혁을 지명했다.
한화는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유격수 심우준, 투수 엄상백을 연이어 영입했다. 심우준에 50억원, 엄상백에 78억원 거액을 투자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KT에서 뛰던 선수들이었다.
심우준과 엄상백 모두 FA B등급이었다. 25인 보호 선수 외 보상 선수 1명과 직전 연봉 100%를 한화가 KT에 보상해야 했다.
심우준 계약이 먼저였기에, 앞서 보상 절차가 이뤄졌고 KT는 투수 한승주를 보상 선수로 지명했다. 내달 상무에 입대하지만, KT는 좋은 구위와 성실한 태도를 모두 갖춘 한승주를 미래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선택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엄상백 보상 선수 차례였다. 최종 선택은 외야수 장진혁이었다. 지난 시즌 김경문 감독이 주전감으로 점찍고 기회를 줬다. 펀치력, 강한 어깨, 빠른 발을 고루 갖춘 선수다. 올시즌 99경기를 뛰며 9홈런 44타점 14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KT 마무리 훈련이 열리고 있는 일본 와카야마 카미톤다 구장에 심우준 보상에 대한 한화 보호 선수 명단이 날아들었다. 급하게 현장을 찾은 나도현 단장과 이강철 감독, 그리고 코치들이 누구를 찍어야 할지 격론을 벌였다.
1차 선택 때도, 장진혁의 이름은 보호 명단에 없었다. 한화는 유격수 등 내야수가 급한 KT 팀 사정을 간파했다. 내야 위주로 보호 명단을 작성한 티기 역력했다. 그러니 외야에서 주전급 선수가 튀어나왔다. 당연히 눈길을 끄는 카드. 이 외에 야수 후보 1명이 더 있었다. 이 감독이 정규시즌부터 장진혁의 야구 스타일에 호감을 드러냈었다고 한다.
하지만 투수 파트에서 한승주를 그냥 두고갈 수 없었다. 당장 군에 입대하는 것만 빼면, 데려올 수 있는 최상의 자원이라는 의견이었다.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2번에 걸쳐 뽑을 최종 3~4명 후보는 압축이 됐는데, 순서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심우준 순번에서 선수를 뽑으면, 그 다음 보호 명단은 한화가 다시 짤 수 있었다. 처음에 뽑지 않았는데, 이 선수가 다음 보호 명단에는 포함돼버리는 상황이 걱정됐다. 그 기준에서 1순위로 결론이 난 선수가 한승주였다.
그렇게 한승주를 먼저 선발하고, 남은 야수 후보 중 1명이라도 나오면 뽑자는 전략. 한승주와 경합을 벌였던 장진혁이 다시 보호 선수에서 풀렸고, 결국 KT는 당장 주전급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진혁을 품게 됐다.
KT는 한화에서 주로 불펜으로 뛰었던 한승주를 미래 선발감으로 보고 있다. 상무에서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면, 복귀 후 선발투수로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장진혁의 경우 건강 이슈로 풀타임 소화가 힘든 김민혁과 경쟁 체제를 만들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관심을 받고 있는 로하스가 만약 이탈할 시에 대비한 카드로도 제격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