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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은 FA 초대박! '찬밥'된 40억 투수, 이를 악물었다 "야구 못하면 욕먹는게 당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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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야구를 못했는데 욕먹는 건 당연하다. 내가 어린 나이도 아니고."

김해 상동의 롯데 자이언츠 2군 구장은 산 속에 있다. 겨울이면 차가운 공기가 내려온다. 사직구장보다 썰렁하다.

마무리캠프에 매진하는 신예 선수들 사이 한현희(31)의 모습이 보였다. 올시즌 57경기 76⅓이닝, 5승3패8홀드 평균자책점 5.19. '고생했다'는 말은 들을 수 있지만, 빈말로도 '잘했다'고 하긴 힘든 성적이다.

'40억 FA'라는 수식어는 어느덧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김원중과는 동갑내기 절친. 롯데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친해진 선수가 김원중이다. 김원중은 마무리투수임에도 올해 4년 최대 54억원의 좋은 대우를 받고 롯데에 잔류했다.

한현희는 롯데에서 지난 2년간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원중, 구승민(2+2년 최대 21억원)의 FA 시즌이 되자 함께 FA로 계약한 유강남-노진혁과 묶어 '170억 트리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셋 중 가장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했다지만, 샐러리캡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이들의 부진은 팀에게 큰 부담이 되는게 사실. 팬들 사이에도 여지없이 '찬밥' 취급이다.

여기에 보상선수로 넘어간 이강준(키움)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158㎞ 투심을 던지며 주목받을수록, 한현희를 향한 시선은 한층 더 따가워지고 있다. 한현희는 "야구는 결과론이고, 기록으로 다 나온다. 나는 지금 (평균자책점)5점대 투수"라고 거듭 강조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아쉽고 힘든 한 해였다. 후반기가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불펜에)내가 필요했으니까 보내신 거다. 반대로 내가 선발에서 정말 잘했으면 중간으로 가지 않았을 테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매 경기 뛰었다. 결과가 좋지 않아 죄송하다."

최근 레드팬스티벌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한현희는 "긴장도 많이 했고, 더블헤더 하는 것처럼 힘들었다. 창피만 당하지 말자는 마음이었는데… 사직구장이 우리 팬들로만 가득 차지 않았나. 이렇게 롯데팬이 많구나, 많이 사랑해주시는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한현희는 "(김태형)감독님께서 비시즌에도 내게 신경써주시는데 대해 감사드린다. 잘 던지기 위한 훈련"이라며 웃었다. 이어 "선발 불펜 오가는게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 요 몇년간 상황이 그렇게 됐다. 내가 야구를 못했으니까. 내가 내년에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돌아봤다.

"내 나이가 서른이 넘었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아직까진 내년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하지만 3년째에도 못하면 '슬럼프 아니고 진짜 실력'이란 말을 반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올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잘 다듬어보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