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리그는 역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대폭발했는데, 국제대회는 이제 '참사'라 부르기도 뭣할 만큼 패배로 물들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024 프리미어12에서도 예선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대회 초대 챔피언, 2회 대회 준우승의 영광마저 흔들린다.
도쿄올림픽 4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3연속 탈락에 이어 이제 프리미어12에서도 찬밥 신세가 됐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쾌거는 거듭된 'A대표팀'의 국제대회 참사 속 잊혀진 분위기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세대교체'에 초점을 맞춘 대표팀이다. 개막 전부터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었다. 일본과 대만은 물론 호주 쿠바 도미니카공화국에 이르는 B조 구성도 버거웠다. 우승은커녕 슈퍼라운드(4강) 진출이 목표로 거론됐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최정 등 노장들은 대표팀 구성에 있어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전력 약화까지 더해졌다.
문동주 노시환(이상 한화) 구자욱 원태인 김영웅(이상 삼성) 박세웅(롯데) 김혜성(키움) 강백호(KT) 이의리(KIA) 신민혁(NC) 손주영(LG) 최지훈(SSG) 등 투타에서 대표팀의 주축 역할을 해야할 선수들이 각각 부상과 기초군사훈련 등의 사정으로 줄줄이 빠졌다.
구위 좋은 영건들이 불펜에 대거 몰린 모습도 아쉬움을 샀다. 박영현(KT) 김택연(두산) 정해영(KIA) 조병현(SSG) 유영찬(LG) 곽도규 최지민(이상 KIA) 김서현(한화) 등 내로라하는 영건들이 집결한 불펜은 탄탄했다.
반면 선발진에는 곽빈(두산)을 제외하면 소위 '1선발급 구위형 투수'가, 타선에는 4번타자를 맡아줄 거포가 없었다. 지난 아시안게임과 비교해도 투수진에선 문동주 원태인, 타선에선 강백호 노시환이 빠진 무게감의 차이는 컸다.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결과적으로 예선 4경기에서 호투한 선발은 쿠바전 곽빈 한명 뿐이었다. 그 쿠바전은 시종일관 우세를 점하며 잡았고, 도미니카공화국 상대로 짜릿한 역전을 펼쳤다. 하지만 일본과 대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고비 때마다 한방을 때려줄 해결사의 부재에 몸살을 앓았다.
프로야구를 보고 즐기는 문화가 과거와는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일종의 관객 참여형 공연, 싱어롱 뮤지컬에 가깝다는 농담도 나온다.
하지만 이 또한 기본적인 저변이 받쳐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저변을 만든 건 초창기 WBC와 베이징올림픽 등 국제대회의 활약이었다.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올해, 한층 더 폭발력 있는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모양새다. 가뜩이나 유료 중계 등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지도 못했는데, 대표팀마저 예선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결국 국제대회 성적은 선수층에서 결판난다. '빠진 선수가 많다'는 건 더이상 변명이 되지 않는다. 타국인들 100% 전력으로 임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전력을 짜내고 준비하느냐가 성적을 결정한다.
다음 국제대회는 2026 WBC,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7 프리미어12, 2028 LA 올림픽 순으로 이어진다.
특히 WBC는 선수 가용폭이 가장 넓은 대회다. 그만큼 각국 대표팀이 진심으로 나서는 대회이기도 하다. 토미 에드먼(LA 다저스) 등 한국계 메이저리거들부터 내년 9월 제대하는 안우진(키움)까지, 리그 안팎 최고의 선수들을 총망라한 대표팀을 볼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