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항해는 끝났다.
류중일호는 2024 WBSC 프리미어12를 끝으로 돛을 접는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APBC(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을 거쳐 이번 프리미어12까지 야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류 감독은 그동안의 결과를 토대로 재계약 여부를 평가 받게 된다.
류 감독 선임 테마는 분명했다.
'세대 교체 완성'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주축 선수가 30대 중후반으로 향하면서 세대 교체 필요성이 강조돼 왔다. 프로 무대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류 감독 체제 하에서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성과도 만드는 게 그의 임무였다.
류 감독은 첫 대회였던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수확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24세 이하 젊은 선수들 위주의 구성이 독이 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문동주 노시환(이상 한화) 최지민(KIA) 박영현(KT) 박성한(SSG) 윤동희(롯데) 등 향후 대표팀 주축으로 성장할 만한 재목들을 찾아냈다. 나아가 도쿄올림픽 노메달, 2023 WBC 1라운드 탈락 등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반등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이후에도 류 감독은 '세대 교체'라는 미션을 풀어가는 데 중점을 뒀다.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항저우 멤버 주축으로 선수단을 꾸리며 준우승을 거뒀다.
이번 프리미어12 역시 주축은 젊은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문동주 노시환이 소집 전 부상으로 제외되고,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원태인 구자욱 김지찬 김영웅 모두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투-타 모두 구멍이 뚫렸다. '성적' 유혹을 떨쳐내고 젊은 선수 위주의 팀 구성이라는 기조를 지켰지만, 그 한계는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과로 나타났다.
대표팀 세대 교체는 2026 WBC, 2028 LA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류중일호가 치른 3개 대회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 발걸음을 돌아보면 '세대 교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키며 젊은 선수들의 국제 대회 경험은 확실히 풍부해졌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다만 부상자 문제가 겹쳤다고 해도 아시안게임, APBC에서 얻은 성과를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진출이라는 목표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점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월 류 감독 1년 재선임을 결정했던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번 프리미어12 결과를 토대로 차기 대표팀 사령탑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세대 교체 연속성을 위해 류 감독 체제로 계속 갈지, 새로운 변화를 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향후 논의에 관심이 쏠린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