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자신의 야구 인생에 두번째로 중요한 시즌인데 주장을 맡았다. 그런데 팀을 위해 기꺼이 동료들의 뜻을 받들었다.
LG 트윈스 박해민이 두번째 FA 시즌이 되는 2025시즌 주장으로 뽑혔다. 박해민은 16일 '2024 러브 기빙 데이'행사를 위해 잠실구장을 찾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주장이 된 과정과 내년시즌 각오 등을 밝혔다.
박해민은 "지난시즌 끝나고 선수들 전체 회식 때 새 주장을 뽑았다"면서 "(김)현수 형과 (오)지환이, (박)동원이, (홍)창기, (임)찬규, 나까지 고참들이 자동 후보가 돼 선수들이 투표를 했고 선수들이 뽑아줘서 내가 하게 됐다"라고 선수들의 뜻으로 주장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뽑아준 거니까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면서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도 많고 고참도 많은데 어린 선수들의 얘기를 좀 더 많이 듣겠다고 했고, 현수 형과 지환이가 만들어 놓은 좋은 문화들을 잘 이어 받아서 하겠다고도 말했다"라고 취임 공약을 밝히기도.
박해민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에 주장을 맡은 적이 있었다. 2020년과 2021년에 주장으로 삼성 선수들을 이끌었다. 박해민은 "삼성에서도 두 시즌동안 주장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올시즌 전경기에 출전했으나 타율 2할6푼3리(482타수 127안타) 6홈런 56타점 72득점 43도루를 기록했다. 2019년 타율 2할3푼9리(506타수 121안타) 이후 가장 낮은 타격 성적이었다. 내년시즌 반등을 해야하는데 첫번째 FA 계약이 끝나는 해다. 즉 내년시즌이 끝나면 두번째 FA가 되는 것.
35세가 되는 내년이 박해민의 야구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해가 되는 것이다.
보통 FA가 되는 시즌엔 주장을 했더라도 다른 선수에게 넘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개인 성적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시즌이라 주장의 책임을 다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선수들도 이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박해민은 주장의 역할을 받아들였다. 동료들이 믿고 뽑아줬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해민은 "주장은 선수들을 위해서 신경을 쓰는게 맞는 위치다"라며 "선수들이 뽑아준 것이기 때문에 'FA니까 나 안할래 다른 사람 뽑아'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라고 했다. 모든 고참들이 자동으로 후보가 됐기에 자신만 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이라서 더 성적을 내야 한다고 했다. "주장은 개인 성적이 나야 선수들에게 얘기할 때 어느 정도 힘이 생긴다. 더 자신있게 얘기를 할 수 있다"는 박해민은 "선수들을 따라오게 만드는 것도 결국 성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즉 FA 대박을 위해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주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역시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것. 주장이라는 위치가 자신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것.
박해민은 4월까지 타율 2할9푼으로 좋았지만 이후 부진했다. 특히 7월에 2할1푼7리, 8월에 2할1푼3리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9월 이후 20경기서 타율 3할5푼1리로 급반등을 했다. 당시 박해민은 다리를 넓게 벌리고 친 것이 효과를 봤다고 했다. 그리고 이 타격 폼을 내년시즌에도 가져가려고 한다.
박해민은 "타격폼을 수정하면서 내년시즌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에 좋았던 것을 밀고 나가려고 한다. 조금은 수정될 수도 있지만 크게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다"면서 "한달 정도만 했기 때문에 좀 더 단단하게 만들겠다"라고 했다.
시즌 막판 좋았던 타격이 내년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해민은 "잘 준비하면 올해같은 성적은 안나올것 같다는 생각이다"라며 "야구가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올시즌을 잘 돌아봤고 잘 준비할 자신도 있다"라고 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