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홍명보 축구 A대표팀 감독을 향해 '손흥민 보호'를 요청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막상 패전의 위기에 내몰리자 태세 전환했다.
손흥민(32)은 A매치 합류 전 마지막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인 입스위치 타운전(1대2 패)에서 풀타임 소화했다. 홍명보 감독은 달랐다. '캡틴' 손흥민을 아꼈고, '미래' 배준호(21·스토크시티)의 존재감을 더 키웠다.
2개월 만에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에서 돌아온 손흥민이 골폭죽을 재가동했다. 그는 쿠웨이트전에서 전반 19분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A매치 50번째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대 A매치 최다골 공동 2위로 올라섰다.
홍명보호는 전반 9분 터진 오세훈(25·마치다)의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묶어 전반을 2-0으로 리드했지만 후반 15분 쿠웨이트에 만회골을 허용했다.
원정에서 2-1로 쫓기는 상황이었지만 홍 감독은 손흥민의 몸상태를 놓고 '도박'하지 않았다.
그는 후반 19분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였고, 배준호 카드를 꺼내들었다. 배준호는 투입된 지 10분 만에 쐐기골을 작렬시키며 홍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그는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 2도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홍명보호는 14일(한국시각) 쿠웨이트에 3대1로 완승하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7부 능선'을 넘었다. 4연승을 질주한 대한민국은 승점 13점(4승1무)으로 B조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2위권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요르단, 이라크(이상 승점 8)와의 승점 차이는 이제 5점이다. 3차예선에서는 각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조기 월드컵 본선 진출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홍 감독의 용병술도 무르익었다. 그는 터닝포인트였던 오만과의 2차전(3대1 승)을 필두로 요르단(2대0 승), 이라크전(3대2 승)에서 전술 변화와 신들린 교체카드로 흐름을 돌려세웠다. 배준호 오세훈은 물론 오현규(23·헹크)가 전면에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경기 때마다 세운 철학은 흔들림이 없었다. 홍 감독은 "손흥민은 우리 팀에서 중요한 선수다. 지금은 부상에 시달리고 회복하는 상황을 반복하는 단계다. 앞으로도 미래를 위해서 손흥민을 계속 보호할 생각"이라고 했다. 또 "내가 대표팀 감독직을 맡기로 마음을 먹은 다음부터 오직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단순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항상 머리에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 대표팀 감독을 했을 때는 지금과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집중하기에 좋다"고 강조했다.
3차예선의 반환점이 지났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은 전세기를 이용해 17일 2024년 마지막 A매치가 열리는 요르단 암만에 입성했다. 대한민국은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중립지 암만의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1차전에서 맞닥뜨린 팔레스타인과 다시 상대한다. 팔레스타인에는 '무승부'의 아픔이 있다. 이제 그 문턱을 넘을 차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