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시대다. 국내 산업의 대부분 업종이 배송 서비스를 진행한다. 주문 당일 받아 볼 수 있는 상품의 폭도 넓어졌다. 빠른 배송 서비스를 업계 전반에서 제공하며 소비자의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골목상권 자영업자의 생존 위기감도 확대되고 있다. 도로 위를 누비는 배달 기사의 위험도도 마찬가지다. 빠른 배송이 보편화된 시기의 명과 암이다. 대기업과 자영업자, 배달 기사 등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 및 정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업체의 배송 속도 전쟁이 시작됐다. 쿠팡이 빠른 배송을 선보인 이후 높아진 고객만족도와 이용률 등에 주목, 타 업체도 빠른 배송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쿠팡은 현재 공산품 주문 시 다음날 배송하는 로켓배송과 신선식품을 당일 배송하는 로켓프레시(조건부)를 서비스하고 있다.
신세계 계열 이커머스 G마켓(지마켓)과 옥션, SSG닷컴(쓱닷컴)도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서비스 제공을 위해 신세계는 배송업체인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다. G마켓과 CJ대한통운은 평일 기준 오후 8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을 보장하는 '스타배송'을 지난 9월 말부터 진행 중이다. CJ대한통운은 내년 초부터 일요일과 공휴일 포함 등 주7일 배송을 핵심으로 하는 가칭 '매일 오네(O-NE)'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AI(인공지능)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모바일앱을 출시해 오늘 배송, 내일 배송, 새벽 배송, 희망일 배송 이외 퀵커머스인 '지금 배송'까지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GS리테일과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각종 배달앱과 자사 앱을 통해 퀵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편의점도 배달앱을 통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240개 점포에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컬리는 퀵커머스 '컬리나우'를 지난 6월 서울 서대문·마포·은평구 일대에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강남권으로 넓혔다.
빠른 배송은 유통을 넘어 가전업계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쿠팡은 지난 2018년 '전문설치' 서비스를 도입해 전문 기사가 일부 가전제품을 배송 및 설치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부터 가전에서 모바일까지 구매 당일 배송과 설치가 가능한 '오늘보장' 서비스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시작했고,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6월부터 TV·냉장고·김치냉장고 등 3개 품목을 오후 1시까지 주문하면 7만원에 당일 배송·설치하는 '오늘 설치' 서비스를 서울 수도권에서 선보이고 있다.
빠른 배송의 확대는 소비자 편리성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무조건 빠른 배송만을 앞세운 배송 시장 및 서비스 제공 업체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빠른 배송의 경우 대부분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빠른 서비스가 생명인 만큼 도로 위를 누비는 배송 기사의 사고 위험성도 커졌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사륜오토바이(ATV)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1만6567건으로 승용차 13만1921건와 화물차 2만4409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륜차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는 392명이었고, 부상자 수는 2만1318명에 달했다. 전체 사고 3건 중 1건이 저녁 시간대에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의 배달앱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평일과 주말 저녁 시간대 배달앱 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이다.
골목상권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빠른 배송이 가능한 업종이 식료품을 포함한 생필품 전반으로 확대, 골목상권이 위축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퀵커머스의 골목상권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20년 7월과 2021년 8월 사이 배달의 민족 'B마트'가 신규 출점한 5개 지역(관악·강서·강남·대전·김포) 인근 소매유통업체 7만1370곳의 3개월간 매출에 변화가 있었다. 편의점은 8.4%, 슈퍼마켓(SSM)은 9.2%, 커피전문점은 8.5%가 각각 줄었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의 경우 오프라인 보다 배송 매장 중심의 운영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외식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이 익숙해진 소비자가 늘고 있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빠른 배송의 이면에 문제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 하다"며 "배송 기사의 위험도, 골목상권 위기감 확대 등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