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도미니카전 극적 역전승인데도 탈락 위기, 그러니 더 아쉬움이 남는 대만전.
결과가 이렇게 되니 더 생각난다. 첫 경기지만, 마치 한국시리즈 7차전인 것처럼 모든 걸 불살라야 했었다. 결국 우리 상대는 대만이었던 것이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조별리그 B조 4차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6으로 밀리던 경기를 9대6으로 뒤집는 저력을 과시했다.
사실 한국은 이날 승리해도 일본행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전의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았고 대량 실점으로 그대로 무너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집념을 발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 경기마저 졌다면 또 '타이베이 참사' 얘기를 들었겠지만, 거기서 해방을 시켜주는 값진 승리였다.
한국은 2승2패로 일본행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남겼지만, 사실 4강 진출은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우의 수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대만이 남은 경기를 모두 패하거나, 한국이 2연승한 상황에서 쿠바가 남은 대만, 일본전에서 모두 이겨 한국과 같은 3승2패 상황이 돼 TQB(이닝당 득실)를 따지는 방법이 있다. 한국전에 이어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승리하면서 2연승한 뒤 하루를 쉬고 남은 3경기를 치르는 대만이나, 불안정한 전력인 쿠바 모두 한국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
그러니 자꾸 첫 경기, 대만전 생각이 난다. 냉정하게 일본을 조 최강이라고 봤을 때, 2위를 목표로 한다면 대만을 꺾어야 한다는 얘기가 됐고 그말인 즉슨 맞대결은 목숨 걸고 이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초반 선발 고영표가 홈런 2방을 맞으며 무너졌다. 왜 고영표냐, 사이드암이냐 좌완이냐는 얘기는 지나친 비판이다. 선발진이 부족한 가운데, 그동안의 커리어나 인지도, 최근 컨디션 측면에서 어떤 감독이라도 고영표에게 에이스롤을 맡겼을 것이다. 고영표가 흔들려 홈런을 내준 건, 그날의 부진이자 운일 뿐 선발 선택으로 게임 플랜을 논하는 건 무리다.
다만, 고영표를 교체하는 타이밍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첫 만루홈런을 맞았을 때, 대표팀의 강점인 불펜을 총동원해 4점으로 끊어줬다면 경기 중후반 역전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선발이라는 이유로 고영표를 더 놔뒀고, 거기서 투런포를 맞으며 경기가 사실상 끝났다. 아무래도 대만전 중요성보다, 시리즈 첫 경기라 뒤를 보는 운영이 가미됐던 것 같다. 아마 대만전이 리그 중반에 있었다면, 투수 운용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만전 패배 후 남은 경기 전승을 외치는 것보다, 대만전에 '올인'하는 시리즈 전략이 필요했다. 지나고 나니, 그 경기가 자꾸 생각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