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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진짜 하기 싫었는데"..그럼에도 '좋나동' 선택한 이준혁 덕분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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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준혁(40)이 "하기 싫었던" 동재와 비슷해졌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황하정 김상원 극본, 박건호 연출)는 스폰 검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픈 청주지검 '서동재' 앞에 나타나 지난 날의 과오를 들춰내는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의 진흙탕 싸움을 그린 작품.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비밀의 숲'의 인기 캐릭터인 서동재를 메인으로 앞세웠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준혁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좋거나 나쁜 동재'의 여정을 털어놨다. 제안받았을 당시에도 "하고싶지 않았다"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은 이준혁은 납득되는 그 이유를 단단하게 설명하기도. 이준혁은 "동재는 안 하고 싶었다. 같은 배역을 다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다양하게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안 하고 싶었는데 어느 날 저도 모르게 진행이 되고 있더라.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거라고 생각한 것 같고, 회사와도 충분히 많이 싸웠다. '이걸 왜 또 어떻게 하느냐'라고 하기도 했다. 부담이 너쿠 심했다. 그랬다가 기사가 났더라. 팬분들께서도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때까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원하면 해야 하나' 하고 하게 된 거다. 그때부터 대본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준혁은 팬들의 설득을 받아 출연을 결정한 것이나 마찬가지. 그는 "정말 그렇다"면서 "왜냐면 동재가 '비밀의 숲'에서 주인공도 아닌데다가 캐릭터도 좀 이상하고 '얘를 가지고 누가 보느냐'는 생각이 많았다. 마니아층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게 알마나 될지도 몰랐다. 그런데 회사에서 기사가 나온 다음에 '이렇게 많이들 좋아하고 있다'고 하더라. 많은 분들이 하자고 했고, 우여곡절도 참 많았던 작품이다. 대본도 세 번이 다시 쓰여지고 이수연 작가님도 뒤늦게 붙어주셨다. 처음부터 계셨던 게 아닌데 너무 감사하다. 마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영화처럼 스태프들 모두가 말도 안되게 함께하면서 엄청난 전우애가 생겼다. 설날에도 회의를 함께 하면서 만들었던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합류를 결정했지만, 후회는 계속이었다. 이준혁은 "계속 후회했다. 너무 힘들었으니까. 내가 동재를 왜 해서. 대사는 왜 이렇게 많고, 묶여있고 춥고, 설날에도 모여서 회의를 하고, 그렇기는 했지만 그런 순간들이 많았던 만큼 나중에는 주변에 감사했다. 저희 스태프들도 너무 좋았다. 현장에 가면 막내 스태프까지도 동재를 너무 좋아하고, 모두가 이 캐릭터의 팬이라서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를 느끼면서 현장에서 힘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리즈 '비밀의 숲'에서의 서동재는 때로는 악역으로, 때로는 감초로 활약하는 조연이지만 캐릭터 자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남다른 애정이 있던 만큼 스핀오프 시리즈도 완성될 수 있었다. 이준혁은 "타이틀롤이라는 것이 부담스럽다. 저는 사실 여러 포지션을 다니다 보니 적가 나오고 많이 버는 것이 좋기는 하다. 이런 롤도 그런 롤도 있는 것인데, 동재는 타이틀롤이지만 어떤 주인공의 역할이 아니다. 뮤지컬에는 앙상블이 연기를 해주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있는 반면이 동재는 앙상블도 본인이 연기를 해야 한다. 모든 신에서 조연이기에 가성비가 떨어지는 캐릭터인 것이다. 보통 어떤 캐릭터는 옆에서 웃겨 주고, 마지막에 대사 한 마디를 좋은 걸 하는데 동재는 본인이 다 해야 하니까 재미있는 점도 있다. 타이틀롤이라는 부담감보다는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 형이나 (배)두나 누나가 해놓은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제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못 할 것 같아요'라고 전화해서 말하면 '그냥 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특히나 서동재는 이준혁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했다. 실제 이준혁의 성격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비밀의 숲' 초반에는 몰입이 어렵기도 했다고. 그러나 '좋거나 나쁜 동재'까지 무려 7년을 이 캐릭터로 살아가다 보니 점차 비슷해지는 경험도 했다는 설명이다. 이준혁은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는 비슷해진 부분이 있다. 삶이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잖나. 동재도 매번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어느 새 오늘이 지났네'하는 대사를 참 좋아한다. 저도 항상 그런다.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한다. 저희도 실패도 하고 그러는데 그럴 때 동재랑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실제 동재 촬영도 동재만큼 바쁘게 찍었고, 인생이 정말 다 들어가 있었다. 이번에는 많이 닮아간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비록 말이 너무 많아 대본 속 12페이지의 대사를 받아 들고는 숨이 막힐 때도 있지만, 동재에서 배우고 싶은 점도 존재하게 됐다. 그는 "아무도 안 볼 때 하는 것처럼 뻔뻔하게 행동하는데, 점프하면서 좋아하고 애처럼 좋아하는 모습들이 있다. 저도 그러고 싶다. '주인공이 되는 건 이런 기분일까'라는 대사가 있는데, 저는 그 느낌이 좋지가 않고 죽을 것 같다. 압박감이 먼저 오고, 거기서 해나가야 하는 것들의 스트레스가 훨씬 큰데, 동재는 너무 좋아하는 게 신기하고 부럽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서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 점을. 우리가 그런 일을 맡았을 때 마냥 좋지만은 않은데, 어두운 부분도 어려운 부분도 많은데 어쩜 저렇게 아이처럼 좋아하고 직설적이고 욕도 하고 그러나 싶다"며 웃었다.

20년 가까이 배우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압박감을 느끼는 중이라는 이준혁은 "일이니까 한다. 모두가 압박을 받지만, '그래도 하잖아요'의 느낌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부터 압박이 심한데, 다들 비슷하지 않나 싶다. 알람 듣고는 기겁하며 일어나고 새벽에 전화오면 '뭐지?'싶으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제가 느끼는 저의 원동력은 영상이든 드라마든 매체에 완전히 반했다는 것이다. 저는 고통스러움이 있음에도 버틴다면 그게 좋아하는 것이라고 느끼는 타입이다. 제가 엄청난 사고를 치지는 않았지만, 저희 엄마가 저를 버리지는 않았잖나. 버리고 싶은 순간이 진짜 많았을텐데. '왜 이렇게 책임감을 가지고 나한테 이렇게 하지. 엄마는 내가 재미있구나'라고 느꼈다. 내가 내 일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내가 내 일이 재미있구나. 내가 이 얘기를 계속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