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일본)=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 온 지 벌써 두 달 가량. "주변에 식당은 다 알고 있다"고 웃을 정도로 타지 생활이 길어졌다. 그래도 이상규는 "뜻깊은 시간"이라고 웃었다.
이상규는 시즌을 마친 뒤 곧바로 일본 미야자키로 왔다. 일본 프로구단 2군 및 독립구단 등이 참가한 피닉스 교육리그부터 마무리캠프까지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교육리그에서 이상규는 5경기에 나와 9⅔이닝을 던졌다. 실점은 0점.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72에 불과했다. 그는 "(미야자키에서 두 달은) 뜻깊은 시간이다.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고, 경험을 잘하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규는 올 시즌 전환점을 맞이했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전체 70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그는 2019년 1군에 데뷔했다. 2020년에는 4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확실하게 1군 선수로 발돋움을 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시행된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았고, 결국 9년 간 정들었던 팀을 떠나야만 했다.
전반기 2경기 출전에 머물렀던 그는 8월 11경기에서 1승무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믿음직한 피칭을 했다. 8월2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6-6으로 맞선 9회말에 마운드에 올라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2020년 5월 24일 잠실 KT 위즈전 이후 1553일 만에 승리를 따냈다.
4년 걸려 올라갈 승리에 이상규는 눈물을 쏟았다. 이상규는 "육성선수로 전환된 적이 있어 한화에서도 실패할 거라는 생각이 컸다. '이제 나도 잘리는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걸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거 같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기도 놓았다.
일본에서도 이어진 활약. 뛰어났던 교육리그 성적 비결로 그는 "일본 타자가 쉽지는 않지만, 한국타자라고 생각하고 덜었다. 일본 투수를 보면서 공부한 게 크다. 일본 투수가 좋다는 건 다들 알고 있다. '왜 우리와 같은 몸인데 잘 던질까'라는 생각으로 루틴과 훈련법 등을 봤다. 또 무엇을 중점적으로 던지는지 참고했다"고 말했다.
4년 만의 승리를 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품었다. 이상규는 "LG에서 9년보다 지금 1년이 스토리가 있어서 그런지 더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못했던 걸 여기서 해봤다. 선발 기회도 주셨고, LG에서는 코로나 시국이라 팬들이 없을 때 던졌는데, 많은 응원도 들었다. 한 경기 한 경기 힘든 시간 속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올해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한 경기 한 경기 나가는 게 소중하다. 1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뛰는 걸 10년동안 못했는데 내년에는 풀타임을 뛰고 싶다"라며 "아직 결정구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변화구에 디테일을 주고 있다. 잘 만들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WHIP를 더 낮추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미야자키(일본)=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