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선배들과 같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A매치 50호골을 성공시킨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겸손한 소감이었다. 대한민국은 14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각) 쿠웨이트시티의 자베르 알 아흐마드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5차전에서 오세훈(마치다) 손흥민(토트넘) 배준호(스토크시티)의 연속골을 앞세워 3대1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4연승에 성공하며, 승점 13으로 B조 선두를 질주했다. 3차예선에서는 각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이날 승리를 통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전격적으로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손흥민은 지난 10월 A매치 때 햄스트링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됐다. 손흥민은 이후 소속팀에서 출전과 결장을 반복했다. 다행히 최근 애스턴빌라(4대1 승), 갈라타사라이(2대3 패), 입스위치전(1대2 패)에 모두 출전했다. 특히 입스위치전에서는 복귀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12일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우리는 건강한 손흥민을 원한다. 손흥민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해서 각 팀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출전 시간 조절을 요청했다. 홍 감독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손흥민을 최대한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출전 여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 훈련을 마친 후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출전 시간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손흥민은 기대에 부응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쿠웨이트 수비를 공략했다. 전반 16분에는 득점까지 성공했다. 이재성(미인츠)이 오세훈(마치다)과 리턴 패스 후 중앙으로 침투하던 손흥민에게 찔러줬다. 손흥민이 볼을 잡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쿠웨이트 수비에 걸려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골키퍼를 속이며 반대 쪽으로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A매치 50번째골. 손흥민은 '레전드 스트라이커' 황선홍(50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남자축구 역대 A매치 최다골 공동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손흥민의 득점 포함, 완벽한 경기력으로 쿠웨이트에 완승을 거뒀다. 홍 감독은 4-2-3-1 카드를 꺼냈다. 지난 이라크전과 비교해 왼쪽 날개, 한자리만 바뀌었다. 배준호(스토크시티) 대신 손흥민이 투입됐다. 손흥민-이강인(파리생제르맹) 콤비가 좌우 날개로 나섰다. 최전방에는 오세훈이 섰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이재성(마인츠)이 자리했다. 3선은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박용우(알 아인)가 자리했다. 포백은 이명재(울산)-김민재(바이에른 뮌헨)-조유민(샤르자)-설영우(즈베즈다)가 이뤘다. 골문은 조현우(울산)가 지켰다.
한국은 전반 9분 황인범의 크로스를 받은 오세훈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이후 손흥민의 추가골로 스코어를 벌렸다. 하지만 후반 15분 한골을 내줬다. 교체투입된 마제드가 돌파하며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다함이 멋지게 트래핑한 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조현우 골키퍼를 넘어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됐다.
쿠웨이트의 기세가 올라가던 후반 28분 한국이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황인범이 침투하던 배준호에게 절묘한 패스를 찔렀다. 배준호가 멋진 터치 후 수비 한명을 제친 후 오른발 슈팅으로 쿠웨이트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르던 쿠웨이트를 잠재운 득점이었다. 결국 한국이 완승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승리하는 것은 항상 기쁘다. 선수들이 하루하루 고생해서 승리할 수 있었다. 쉬운 경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었다. 노력이 경기장에서 결과로 나타나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A매치 50호골에 대해서는 "기회를 받는 것조차 감사하다. 동료, 코칭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섰는데 선수들이 도와줘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선배들과) 같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고 했다.
"몸 상태는 정말 좋다. 원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관리를 잘 해주셔서 가능했다. 다음 경기는 100%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손흥민은 "첫 스타트가 좋지 않아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셨다. 다음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며칠 안 남았지만 올해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험생분들에게 고생하셨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