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남자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는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힌다. 모든 포지션 균형이 괜찮고 주전과 로테이션 멤버의 실력 차이가 적다. 외국인선수 숀 롱과 게이지 프림 모두 1옵션 급이다. 2024~2025 KCC 프로농구 10경기를 소화한 14일 현재 7승3패로 순항 중이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경기력이 고민이다. 막강 전력의 KCC를 20점 차이로 완파하는가 하면 다소 약체로 분류된 정관장에 1점 차이로 패하기도 했다. 13일에는 '에이스' 이정현이 빠진 소노를 상대로 경기 내내 고전하다가 4쿼터 18초를 남기고 간신히 역전승을 거뒀다. 결과는 나오고 있지만 우승 후보다운 압도적인 모습은 아직 없다.
현대모비스 슈터 이우석도 여기에 공감했다. 이우석은 올 시즌 들어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우석은 소노전을 이긴 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얻어낸 점은 좋게 생각하지만 경기를 이렇게 끌고 왔다는 자체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 준비한대로 경기를 풀어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4쿼터 막판에만 잘했지 좋은 경기력은 아니었다. 시원하게 이기고 싶은데 선수들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승부와 경기력이 들어맞지 않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실제로 그 수준의 실력과 전력이 아닌데 행운이 겹치고 겹쳐서 연승이 쌓이는 경우가 있다. 시즌 초반 반짝할 수 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반대로 기본기가 탄탄한데 컨디션 난조 또는 조직력 부족이나 역할 숙지 미흡 등의 이유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후자에 가깝다. 기본기와 훈련량을 바탕으로 버텨내고 있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없는 와중에도 승수를 이렇게 쌓았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진단할 수 있다. 시즌을 치르면서 여러 패턴이나 임무가 정립이 된다면 현대모비스의 진짜 힘이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뒷심이 생긴 것 같아서 좋긴 좋은데 이렇게까지 올 상황은 아니었다. 휴식기에 여러 가지 체크를 잘 해보겠다. 공간 확보와 수비 디테일, 밸런스 문제 등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몇 가지 메모해놨다"며 개선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KBL은 15일부터 약 2주 동안 A매치 브레이크에 돌입한다.
이 기간 기술적인 면과 정신적인 부분 모두 처방이 들어갈 예정이다. 조동현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상대팀에 맞춰주는 농구를 하고 있다. 그러다가 강하게 질책하면 정신을 차린다. 본인들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더 잡아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조동현 감독은 선수들이 '하고 싶은 농구'가 아닌 '잘하는 농구'를 해주길 주문했다. 그는 "우리 팀에 드리블을 좋아하는 선수들이 많다. 강하게 압박이 들어오거나 패스가 필요한 순간에 아쉬운 장면이 나온다. 우리 팀에서 공을 가지고 농구해도 되는 선수는 함지훈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동현 감독은 여름에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흔들릴 지언정 쓰러지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다. 조 감독은 "끈끈함이 생겼다. 체력도 좋아졌다. 여름에 훈련량이 많았다. 작년에는 내가 준비를 잘못했다. 올해는 6월 10일에 딱 소집해서 하나의 팀으로 가자고 했는데 아무도 불만 없이 힘든 훈련을 따라왔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대모비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승 후보'의 위용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조 감독은 "어려운 경기를 잡아냈다는 것으로 언제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큰 부상선수 이슈가 없다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외국인선수 프림 역시 "나도 3시즌째 뛰면서 KBL에 적응이 다 됐다. 일부 디테일은 고칠 부분이 많긴 해도 우리는 충분히 챔피언십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이우석도 "우리가 자멸만 하지 않으면 된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