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게 전북이구나'라고 느끼게 해줘야죠."
이영재(30·전북 현대)가 자신감을 보였다. 올 시즌 부진을 거듭하던 전북은 결국 승강 플레이오프(PO) 무대를 밟게 됐다. 지난 주말 대구FC에 3대0으로 승리했지만, 전북은 9위 대전하나시티즌이 승점 3점을 추가하며, 다이렉트 잔류에는 실패했다. 현재 10위지만, 최종전 결과에 따라, 10위 혹은 11위가 된다. K리그1은 12위가 자동 강등하고, 11위는 K리그2 2위팀과, 10위는 K리그2 3~5위팀간 PO 승자와 승강 PO를 치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FC를 떠나 전북으로 새롭게 둥지를 튼 이영재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결과다. 공교롭게도 그는 지난해 수원FC 소속으로 승강PO를 경험했다. 이영재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수원FC를 잔류로 이끌었다. 이영재는 "사실 우승을 하고 싶어서 전북을 택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원하지도, 어울리지도 않은 위치에 지금 왔다. 당황스럽다"며 "그래도 팀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승강PO에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언도 해주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플레이하면 충분히 잔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승강 PO를 준비하는 K리그2 팀들은 전북을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번 붙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영재는 "K리그2 팀들 입장에서 우리와 붙는 것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것 같다. 쉽지 않은 기회니까. 그냥 확실하게 '이게 전북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우리가 왜 전북인지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다만 항상 우승에 도전하던 팀이기에,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을 가질까봐 불안한데, 선수들이 다행히 잘 인지하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영재는 전북에서의 첫 해, 단숨에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33경기에 나서 4골-1도움을 올렸다. 특히 김두현 감독 부임 후에는 원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는 물론 오른쪽 날개, 심지어 섀도 스트라이커로도 활용됐다. 김 감독은 이영재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영재는 "많은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감독님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말씀해주셔서 혼란스러운 것은 없다. 수비 먼저 단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항상 하셨고, 나 역시 다른 선수들보다 한발 더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감사하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전북이 10위를 확정지을 경우, 서울 이랜드와 승강PO를 할 공산이 크다. 이랜드는 K리그2를 3위로 마치며, 4위 전남 드래곤즈-5위 부산 아이파크와의 준PO 승자와 PO를 치른다. 이랜드에는 이영재의 은사인 김도균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수원FC에서 이영재를 적극 중용하며,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이영재는 "안그래도 이전에 김 감독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지 말자'고 하시더라. 하지만 보게 된다면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우리가 살아남도록 하겠다"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