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의 포스트시즌. 정중동 행보다.
조용해 보이지만 물밑은 분주하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전력 보강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아직 결과가 안 나왔을 뿐이다.
FA시장에서 굵직한 선수들이 빠르게 정리되고 있다.
KT 위즈 출신 듀오 심우준(4년 50억원) 엄상백(4년 78억원)의 놀라운 대우 속 한화 이적이 경쟁에 불을 붙였다.
첫 테이프를 끊자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심우준 이적으로 내야에 빈 자리가 생기면서 허경민(4년 40억원)이 논란 속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구단이 관심을 보인 장현식은 KIA를 떠나 4년 52억 전액보장의 파격 속에 LG로 이적했다.
원 소속팀에 잔류한 KT 우규민, SSG 최정, 롯데 김원중 구승민까지 모두 8명의 FA의 거취가 공시 일주일 안에 결정됐다.
FA 승인선수 20명 중 40%가 거취를 정했다. 비중으로만 보면 절반 이상의 느낌. 단 일주일 만에 FA시장이 후반기로 접어든 모양새다.
불펜 보강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삼성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밖에서 오히려 급해진 느낌이다. '빈손?' '아직도' 이런 표현이 등장하며 프런트를 압박하고 있다. 1년 전 FA 시장이 열리기 무섭게 불펜 최대어 김재윤을 확보한 터라 기대가 더 컸던 모양새.
하지만 잡고 싶다고 다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꼭 필요한 선수에게 과감한 배팅을 하는 삼성이지만 엄연히 원칙과 프로세스가 있다.
올시즌 내내 동분서주 하며 약점 메우기에 주력해온 삼성 이종열 단장은 "모든 의사 결정은 운영팀, 전력분석팀, 스카우트팀 회의를 통해 이뤄진다. 나 홀로 결정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시스템으로 결정하고 진행해야 합리적 결정이 이뤄진다. 이를 가지고 감독님께 상의드리고, 사장님께 보고하고 진행하게 된다"고 내부 의사결정의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삼성이 큰 관심을 보였던 장현식의 경우 인센티브를 통한 안전장치가 불가피 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75경기에 등판했다. 홀드왕에 올랐던 지난 2021년 69경기를 경신한 개인 최다 경기 출전이었다. 멀티이닝도 소화하면서 75⅓이닝을 책임졌다. 최근 4년간 50경기 이상 50이닝 이상을 뿌리며 불펜 마당쇠로 활약했다.
50억원이 넘는 거액의 계약에 인센티브라는 안전장치를 두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LG는 인센티브 없는 52억원 전액보장이란 파격베팅으로 장현식을 깜짝 영입했다.
서울팀 메리트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지역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선수들 대부분은 가족과 생활편의 등을 고려해 수도권 팀을 선호한다. 가뜩이나 장현식은 서울고를 졸업한 서울토박이. NC→KIA를 거치며 프로 11년간 지방을 전전했으니 또 다른 지방인 대구로 가기는 망설여졌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투수친화적 LG 홈구장 잠실야구장과 타자친화적 삼성 홈구장 라이온즈파크의 파크팩터는 투수에게 극과극의 차이다. 전액보장 서울팀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 했다.
삼성의 불펜 보강 프로젝트는 플랜B로 접어들고 있다.
아직 시장에는 김강률(36) 임정호(34) 문성현(32) 등 보상 선수가 없는 C등급 FA 불펜 투수들이 있다.
불펜은 다다익선이지만 밸런스 상 상대적으로 젊은 불펜 투수를 원했던 삼성으로선 살짝 고민이 머무는 지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