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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성장 동력"이라는 여동건, 두산 내야진 공백 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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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민 빠진 두산 내야진…새바람 일으킬 대안으로 여동건 부상

(이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여동건(19·두산 베어스)은 "나는 신체적으로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노력으로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2024년에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들이 좀처럼 쓰지 않는 '결핍'이라는 단어도 꺼냈다.
프로야구 두산이 마무리 캠프를 차린 12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만난 여동건은 "예전부터 신체적인 결핍을 채우려는 욕심이 컸다. 공·수·주를 모두 잘하려고 애쓰는 것도 결핍 때문"이라며 "부족한 게 많고, 그걸 채우려면 게으름 피울 시간도 없다. '게을러지지 않겠다'는 게 나와 한 약속"이라고 밝혔다.
성실함으로 무장한 여동건은 허경민(kt wiz)의 이적 등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두산 내야진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선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동건의 키는 175㎝로 야구 선수 중에는 작은 편이다.
2024년 퓨처스(2군)리그 47경기에서 홈런 1개에 그칠 만큼 아직은 장타력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여동건은 고교 시절부터 '공·수·주'에 능한 선수로 불렸다.
수 없이 배트를 돌리며 콘택트 능력을 키웠고, 수비 훈련에도 공을 들였다.
부단한 노력이 '빠른 발'과 만나면서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279(122타수 34안타), 12도루, 출루율 0.345, 장타율 0.377로 활약한 여동건은 9월 1일 1군 진입에 성공했다.
1군에서는 대주자로 뛰던 여동건은 9월 23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8번 타자 2루수로 처음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를 쳤다.
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9월 2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5타수 2안타로, 첫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작렬했다.
즐거운 기억이 많지만, 여동건이 가장 자주 떠올리는 장면은 kt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10월 2일 잠실) 마지막 타석이다.
두산이 0-4로 뒤진 9회말 2사 2, 3루에서 대타로 등장한 여동건은 kt 마무리 박영현에게 삼구 삼진을 당했다.
여동건은 "내가 올해 KBO리그에서 마지막으로 상대한 투수가 박영현 선배"라며 "삼진당할 때의 구속(시속 147㎞)은 처음 보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움직이는 공은 본 적이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날 당한 삼진을 되돌릴 순 없지만, 박영현과 다시 만날 수는 있다.
여동건은 "그날 이후 '그런 공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라고 계속 고민한다"며 "아홉 번 삼진을 당하더라도 내 타격 기술이 점점 나아지면 열 번째에는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다음에 박영현 선배를 만나면 또 삼진을 당하더라도, 그때보다는 잘 대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 고민의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여동건은 "박영현 선배의 공을 본 뒤에 일본 피닉스 교육리그에 출전하니 일본 투수들의 공은 칠만 했다"고 웃었다.

여동건의 롤모델은 무키 베츠(로스앤젤레스 다저스)다.
베츠는 작은 키(175㎝)로도 미국 메이저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팀에 헌신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도 받는다.
여동건은 "베츠의 아우라, 눈빛, 야구를 대하는 태도를 모두 좋아한다"며 "메이저리그에는 괴짜도 있고, 도인(道人)도 있는데 베츠는 후자다. 베츠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여동건은 '두린이'(두산 어린이 팬) 출신이다.
올해 9월 14일에 열린 더스틴 니퍼트의 은퇴식 때 '팬심'이 치솟아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다.
여동건은 "니퍼트 선배와 함께 뛰었던 선배들도 울지 않는데, 내가 눈물을 흘려서 민망했다"며 "어렸을 때 TV로 응원했던 때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쑥스러워했다.
첫 목표였던 두산 입단에 성공한 여동건은 프로 첫 시즌 목표였던 1군 출전도 달성했다.
여동건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내년에는 당장 주전이 아니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백업 선수로 자리 잡고 싶다"고 말했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가 담긴 목표였다.
여동건은 서두르지 않지만,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올 수 있다.
두산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이 kt와 4년 최대 40억원에 계약하면서 2025년에는 유격수와 3루수, 두산 내야 두 곳에서 주전 경쟁이 벌어진다.
여동건은 유격수와 3루수 두 자리 모두에 '주전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주전 2루수 강승호가 3루수로 이동하면, 여동건은 익숙한 유격수 또는 2루수의 주전 경쟁에 집중할 수도 있다.
여동건은 "궁극적으로는 주전 선수로 뛰는 게 목표지만, 경쟁력을 갖추는 게 먼저"라며 "마무리 캠프와 비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실력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