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떠나려고 하길래 빨리 가서 잡으려다가 무릎에 뜨끔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길래 급하게 가다가 그 뒤로 무릎에 통증이 생겼습니다."
무릎이 아파 내원한 환자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들이다.
최근 내원한 60대 초반 여성 윤 모씨도 유사한 증상을 호소했다. 평소에도 무릎에 조금은 불편감이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무리해서 뛰어가다가 통증을 느꼈는데, 이후 증상이 심해졌다. 걸을 때 무릎이 '콕콕' 쑤시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더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X-ray 검사를 해 보니 양측 무릎 관절 모두 관절염 2기로 판명되었다.
무릎 관절염 1기에서는 대부분 증상이 거의 없거나 경미하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2기 혹은 3기가 되어서야 내원하게 된다.
1기 혹은 2기 초기일 경우에는 대부분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 관절강내 주사치료(연골주사) 등의 보존적 치료를 하게 된다.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만으로 증상이 많이 호전되고 조기에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또한 이때부터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무릎 관절을 관리하면 향후 3기 혹은 4기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어 1~2기 초부터 조기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릎 퇴행성 관절염이 2기말이나 3기에 접어들면 생각보다 치료가 쉽지 않다.
약을 복용해도 일부 증상은 호전되지만 불편감이 남아 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연골주사도 맞을 때만 잠깐 좋아지지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무릎이 '쿡쿡' 쑤신다고들 한다. 무릎 관절염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난감하기도 한 상황이다. 약물과 주사치료로는 한계가 있고, 수술을 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기 때문이다.
2기 말이나 3기에 접어든 환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치료가 있다. 바로 '자가골수 흡인 농축물(BMAC) 관절강내 주사치료'이다. 작년 7월쯤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치료로 X-ray 판독 결과 관절염 2~3기(K-L 등급) 그리고 MRI 또는 관절경 검사 결과 연골 결손이 3~4기(ICRS 등급)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자가골수 흡인 농축물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환자 본인의 골반뼈에서 주사기로 골수라는 일종의 혈액성분을 뽑아낸 후 원심분리기를 통해 정제한 뒤 관절에 도움이 되는 줄기세포, 염증 억제물질들이 포함된 농축물을 추출한 것이다. 이 농축물을 무릎 관절강 내에 주사하면 통증이 줄어들고, 무릎의 기능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필자가 치료한 환자들의 경과를 살펴보면 통증과 기능이 개선되는 사례가 많았다.
연구 논문들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주사를 맞은 후 6주에서 3개월 정도가 지나야 통증이 경감되기 시작한다고 되어 있지만 더 빠른 기간 내에 통증이 좋아지는 환자들도 있었다. 다만, 관절염의 단계가 3기 말 정도가 된 경우에는 말기에 가까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거나 증상이 많이 호전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연골이 많이 닳아 있는 환자들에게는 인공관절 수술만이 답이다.
관절 건강 관리는 증상이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하는 게 상책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직 연골이 많이 닳지 않았을 때, 말기 관절염으로 가기 전에 미리 병원을 방문해 무릎 관절 상태에 대해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본인의 무릎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받은 후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받는 것이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도움말=힘찬병원 김태현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