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지옥'에서 돌아왔다. 황선홍 대전하나 감독은 최악의 경우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각오했다. 결국 자력으로 해피엔딩을 쟁취했다. 다만 그는 잔류를 확정하고도 웃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내년을 바라봤다.
황선홍 감독은 굴곡진 2024년을 보냈다. 대한민국 축구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었던 그는 지난 4월 올림픽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당시 K리그1 강등권에서 허덕이던 대전하나시티즌은 황선홍을 소방수로 낙점했다. 황선홍을 향한 시선은 차가웠다. 이미 2020년 대전에서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한 전적이 다시 회자됐다. 황선홍은 결과로 증명했다. 마지막 라운드를 남기고 9위를 확보했다. 대전은 강등권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이어왔다. 황선홍의 대전은 승부처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스플릿이 나눠지고 파이널라운드에서 대전은 3승1무 질주하며 승점 10점을 쓸어담았다. 황선홍 감독은 대전을 벼랑 끝에서 구해 1차 임무를 완수했다.
많이 구겨진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기에는 이것으로 부족하다. 그는 8월 대전이 꼴찌에서 탈출했을 때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고 했다. 단지 1부 리그 잔류에 만족할 상황이 아니라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 10일 인천을 꺾고 잔류가 결정된 날에도 "지금이 끝이 아니다. 갈 길이 멀다. 팬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황선홍 감독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힘이 들다고 멈추면 거기가 끝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내려놓지 않는 것,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황선홍의 모습이 아닐까.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은 올림픽 탈락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어려운 제안을 받았다. 황 감독은 숨지 않고 정면돌파를 택했다.
시즌 중반에 감독으로 부임하면 장애물이 산더미다. 선수 구성은 물론 전략과 방향성, 동기부여 등 하나부터 열까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한 경기 한 경기 순위가 뒤바뀌는 리그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해내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시즌 시작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특히 "역시 적응 문제가 컸다. 기존 선수들과 새로 온 선수들의 조화를 이끌어야 했다. 동계훈련을 내가 지휘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도록 옳은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선수들과 서포터스에게 공을 돌렸다. 황선홍 감독은 "굉장히 어려운 경기였는데 (고비를)잘 넘겨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또 항상 멀리까지 오셔서 성원해주시는 팬 여러분 덕분에 우리가 잔류할 수 있었다"면서 "하루 이틀 정도 즐기고 바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2부 리그에 머물렀다. 지난해 승격해 8위로 마쳤다. 올해도 가까스로 K리그1의 꼬리를 붙잡았다. 1부 리그에서 역대 최고 성적도 6등이다. 황선홍 감독은 2013년과 2016년 각각 포항과 서울을 K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황선홍의 '도전'이 대전을 얼마나 높은 곳까지 끌어올릴지 관심을 모은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