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대학생, 또 대졸 프로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은 왜 C등급 대신 '34세 FA'를 선택했을까.
절친 김원중과 함께 롯데 자이언츠 잔류를 선언했다. FA 시장이 열린지 4일만이다. 2+2년 총액 21억원(보장 9억원, 추가 계약시 6억원, 인센티브 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나란히 정장을 입고 출근해 계약서에 사인하고,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과 인사까지 나눴다.
기념으로 같이 식사라도 할만한데, 두 사람은 계약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스포츠조선과 연락이 닿은 구승민은 "전 육아를 해야되니까, 다음에 날한번 잡기로 했다"며 웃었다.
'예비 FA'였던 구승민의 올해 연봉은 4억 5000만원. 계약금 3억원을 제외하면 올해 연봉을 2+2년간 받는 모양새다. 올해초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개인 성적도 5승3패 13홀드 평균자책점 4.84로 아쉬웠다. 롯데는 가을야구 도전에 또 실패했고, 구승민의 프로야구 역사상 첫 5년 연속 20홀드 도전도 불발됐다.
구승민에겐 첫 FA 권리 행사다. 만약 1년 더 기다렸으면 C등급이었다. 하지만 올해 FA를 선언하며 A등급이 된 이상, 4년 뒤 다음 FA 때도 C등급은 받을 수 없다. C등급은 3번째 FA거나, 직전 등급이 C등급인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권리다.
하지만 구승민은 "만족한다. 에이전트님이 잘 조율해주셨다. 난 운동만 했다. 특별히 스트레스는 없었다"며 웃었다.
내년 C등급 FA를 선언했을 경우 대우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고민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롯데 입장에선 이적을 염두에 두는가 싶어 서운할 수 있다. 또 대졸 프로선수로서 꾸준하게 활약해온 구승민으로서도 35세 FA는 모험이다.
"다른 팀을 염두에 뒀다면 내년에 C등급으로 나갔을 거다. '인기 많은 FA'보다는 롯데라는 팀에 확실한 우선순위를 두고자 했다. 또 '아 작년에 할걸' 같은 후회를 하기 싫었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FA를 하고 싶었고, 그게 야구선수로서 평가받는 거라 생각했다. 또 내년에 C등급으로 나온다고 금액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도 않을 것 같고."
아내 역시 "후련하다"며 기쁨과 더불어 축하를 전했다고. 구승민은 서울 출신이지만, 2013년 롯데 입단 이래 12시즌 동안 롯데에서만 뛰었다. 자칫 타 지역팀으로 이적할 경우 주거 또는 생활환경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건 가족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지난 7월 태어난 어린 딸을 둔 구승민 부부에겐 특히 중요한 이슈다. 구승민과 아내 사이를 이어준 오작교는 다름아닌 김원중이다.
구승민 입장에서 보면 '종신 롯데' 선언인 셈이다. 구승민은 "대졸에 군대도 다녀왔다. FA하기 힘든 조건이다. 나이도 찰대로 찼다"면서 "대학 선수들, 또 대졸 프로선수들이 '구승민도 FA했다. 너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거기에 의의를 뒀다"고 강조했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진짜 '종신롯데'할 수 있도록, 올겨울도 열심히 준비하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