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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잘하려고 길렀는데…" 더이상 '장발' 마무리 아니다→원조 사직아이돌 복귀…하루전 미용실 찾은 특별한 속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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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더이상 '장발마무리'가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은 FA 계약 하루전 머리를 잘랐다.

롯데에 남기로 했다. 4년 54억원(보장 44억원, 인센티브 10억원)의 조건에 기분 좋게 수락했다. 역대 불펜 FA 중 3위(정우람 4년 84억, 김재윤 4년 58억)에 이은 3위 금액이다.

김원중에게 더 좋은 영입 제안을 던진 팀이 있었지만, 김원중의 마음에는 롯데 뿐이었다. 프로 무대의 시작과 전성기를 롯데에서 함께 하게 됐다.

김원중은 스포츠조선에 "다른 팀에 갈 생각은 없었다. 더 많은 돈보다는 롯데라는 팀에서 원클럽 맨으로 더 이뤄내면 멋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구단과도 그런 마음이 잘 맞았다"는 속내를 전했다. 시즌중 '부산에 남겠다'던 입버릇에 대해서도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있었던 것 같다. 팬들과의 약속을 이렇게 지키게 돼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절친이자 '구원듀오'로 함께해온 구승민과 함께 구단 사무실을 찾아 나란히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사직구장에서 진행중이던 팬 행사장도 찾아 정장 차림으로 인사를 전했다. "많이 기다리셨을텐데,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원래 '머리 짧은' 김원중은 사직 아이돌로 유명했다. 1m92에 달하는 큰 키에 당당한 체격, 빛나는 얼굴이 매력포인트였다. 야구팬들을 홀린 묵직한 직구와 포크볼 외에도 단연 돋보이는 비주얼의 소유자였다.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2018년 SK 와이번스 시절 김광현이 머리를 길러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다. 김원중 역시 이해 공 들여 기른 머리를 잘라 연말에 기부했다.

한번 길러보니 마음에 들었던 걸까. 김원중은 이듬해에도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우아하게 펌을 한 만큼 기부용도 아니었다. '원중 언니'라는 별명도 그때부터 생겼다. 불펜에서 등판하기 직전 물병을 던지며 긴 머리를 한차례 흔드는 유명한 영상도 생겼다.

하지만 김원중이 머리를 길렀던 데는 남다른 속내도 있었다. 그는 "나 자신의 동기부여 때문이었다"고 뒤늦게 고백했다. 야구를 못하면 '그 머리부터 잘라라'라는 말이 나오기 마련.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야구를 잘하는 방법 밖에 없다.

실제 2021년(4승4패35세이브 평균자책점 3.59)에 이어 2023년(5승6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에도 커리어하이를 잇따라 경신했다. 올해도 '악몽의 7월'만 아니었다면 지난해 못지 않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롯데 구단 최초의 100세이브를 달성했고, 통산 132세이브로 매 걸음걸음이 롯데의 새 역사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길렀던 머리다. FA 계약을 했으니 첫번째 목표를 이뤘다.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잘랐는데, 다들 좋아해주시는 걸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원중의 반가운 전화에 김태형 롯데 감독도 '같이 열심히 해보자. 어린 친구들 잘 이끌어달라'고 화답했다.

광주동성고 출신 김원중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5번)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 투수진 중 가장 오랫동안 팀에 몸 담고 있는 선수다.

팀 사정상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투수 조장을 맡았다. 지금도 명실상부 롯데 투수진을 이끄는 리더다.

1군 첫 출전은 2015년. 12년간 가을야구에 단 1번 진출한 팀의 역사를 관통하는 투수이기도 하다. "롯데에서 이뤄야 할 대업이 있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말의 울림이 큰 이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