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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세살까지 뛴 전설이 떠난다 "아이 낳고 복귀하는 선수들 많아지길"[장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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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무려 25년간 프로 선수로 뛰었던 레전드의 은퇴. 정대영이 코트를 떠났다.

GS칼텍스 배구단은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홈 경기 시작전, 미들블로커 정대영의 은퇴식을 열고 전설과 작별을 고했다.

1981년생인 정대영은 여자배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양백여상을 졸업 후 1999년 실업팀이었던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프로 출범 이후인 2007년 GS칼텍스로 이적한 그는 팀의 간판선수로 활약하며 2007~2008, 2013~2014시즌 2번의 우승을 이끈 우승 공신이자 레전드 선수였다.

이후 2014년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한 정대영은 2022시즌까지 뛰었고, 그곳에서도 두번의 우승을 견인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40세를 넘겨 FA를 선언한 정대영은 친정팀 GS칼텍스와 다시 손을 잡았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정대영은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

정대영은 V리그 통산 19시즌 523경기 1968세트에 출전해 5653득점을 기록하며 40세를 넘기고도 경쟁력있는 주전 선수로 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특히 일찍 결혼해 자녀를 낳고, '엄마 선수'로 뛰며 더욱 큰 박수를 받았다. 2010년생인 딸 김보민양은 현재 중학생 배구선수로 활약 중이다.

정대영은 자신과 인연이 깊은 또다른팀 한국도로공사전을 앞두고 뜻깊은 은퇴식을 가졌다. 딸 보민양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대영은 "다들 은퇴해서 서운하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너무 오래 해서 (그렇지는 않다)"면서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가장 많이 든다. 정말 많은 분들이 저를 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43살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가장 먼저 전했다.

40대로도 선수로 뛰면서, 딸과 함께 V리그 최초의 '모녀 선수'에 도전한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었다. 정대영은 "저도 은퇴하면서 그게 가장 아쉽긴 했었는데, 그래도 오늘 GS칼텍스에서 좋은 이벤트를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딸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정대영은 은퇴식 행사를 마친 후 딸과 함께 시구에 나섰다.

보민양은 "엄마랑 언젠가 한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긴 했었다. 엄마는 언니이자 친구같은 엄마다. 롤모델이기도 하고, 엄마처럼 이렇게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며 코트를 떠나는 엄마에게 박수를 보냈다.

정대영은 "딸이 배구를 좀 늦게 시작한 편이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의 차이를 줄이려고 훈련을 정말 힘들게 했는데, 집에 와서 한번도 힘들다고 한 적이 없다. 힘든 길인데 그래도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면서 "그동안 운동을 하느라 주말에만 만났는데, 이제 늘 집에 가족들과 함께해서 좋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행복하게 살자"고 메시지를 전해 훈훈함을 더했다.

여자배구에는 정대영 외에도 출산 이후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들이 있지만 많지는 않다. 그만큼 출산으로 한번 쉬었다가 다시 몸을 만들어서 현역 생활을 뛰고,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는 생활이 녹록치가 않아 그만 두는 선수들이 더 많다. 정대영은 "저도 쉽지 않았지만 구단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다른 선수들도 쉽진 않겠지만, 이런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선수들이 많아져야 여자배구 선수들도 더 늘어날 것 같다"는 소신을 밝혔다.

혹시 은퇴를 번복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정대영은 호쾌하게 웃으며 "전혀 없다. 아직 더 할 수 있는데 왜 은퇴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제가 후회했다면 이미 번복했을 것이다. 저는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은퇴 후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 다시 선수로서 코트에 돌아오지는 않을 예정이다. 일단 지도자 공부를 시작했다. 기회가 되면 유소년을 먼저 시작할 것 같고, 그 후에도 프로에서 제안이 오면 지도자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고 새로운 꿈을 밝혔다.

장충=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