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4시즌 K리그1과 K리그2에선 '공격을 잘하는 팀은 경기에서 승리하고, 수비를 잘하는 팀은 리그에서 우승한다'는 축구계의 오랜 격언이 들어맞았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조기에 3연패를 확정한 울산과 K리그2에서 우승하며 창단 이래 처음으로 승격한 안양은 현재 각 리그에서 나란히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이다. 울산은 36경기에서 37실점, 안양은 35경기에서 34실점만을 허용했다. 지난시즌 대비 줄어든 평균 실점률과 늘어난 무실점 경기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심엔 베테랑 수비가 있다. 공교롭게 울산과 안양은 모두 30대 베테랑을 중심으로 수비진을 꾸렸다. 울산은 김영권(34) 김기희(35) 황석호(35) 이명재(31) 윤일록(32) 등에게 수비진을 맡겼다. 한 칸 위에선 고승범(30) 이규성(30) 이청용(35) 등이 경험을 더했다. 골문은 조현우(33)가 지켰다. 안양도 김정현(31) 이창용(34) 김동진(32) 리영직(33) 김영찬(31) 주현우(34) 이태희(32) 등으로 수비진을 꾸리고, 김다솔(35)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겼다. 베테랑들은 우승을 노리는 팀에 묵직한 안정감을 선사했다.
특히, 안양은 승격을 하는데 있어 그 어느 팀보다 베테랑의 덕을 톡톡히 봤다. 3선과 4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태희 주현우 리영직 김영찬 김정현 이창용 김동진의 프로 경기수(리그 기준)를 다 합치면 1677경기에 달한다. 메이저 무대에서 평균 200경기 이상씩 소화한 노하우는 어딜가지 않았다.
안양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0실점(36경기)-52실점(38경기)-38실점(27경기)-40실점(37경기)-41실점(41경기)-51실점(36경기)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우승 레이스에서 밀려난 건 불안한 수비가 한몫했다. 지상 및 공중볼 경합 성공 횟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싸움'에 능한 모습을 보였지만, 싸움의 최종 승자가 되진 못했다.
올 시즌엔 '지키는 능력'이 한층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드필더 김정현과 리영직이 왕성한 활동량과 강인한 대인마크 능력으로 중원에 안정감을 더했고, 이창용 김동진 김영찬 주현우 이태희 등은 조직적인 수비로 골키퍼의 부담을 줄였다. 오랜기간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조직력이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았고, 흔들리더라도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안양 코치로 안양 선수들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초보감독' 유병훈은 9월에 장기 부상을 당한 이창용의 공백도 슬기롭게 넘겼다.
안양은 지난 9월 이랜드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1개 이상의 슛을 허용한 적이 없다. 우승을 확정한 지난 라운드 부천전(0대0 무)에선 피슈팅은 5개였고, 피유효슈팅은 없었다. 지난시즌 클린시트 8회를 기록한 안양은 올해 클린시트 12개(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
개개인 활약도 돋보였다. 이태희와 김정현은 K리그2 인터셉트 부문 5위(51개), 6위(49개)를 달리고 있다. 적재적소에서 볼을 커팅해 역습을 주도했다. '이경규 사위' 김영찬은 90분당 볼 차단(1.0개)과 90분당 클리어링(4.7개) 부문에서 리그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출전할 때마다 '철벽 모드'였다. 김다솔은 선방률 71.1%, 전체 3위. 리영직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가며 거의 매경기 10km 이상을 달렸다. 리영직이 결장한 경기에서 수비진의 무게가 확 줄었고, 전방으로 뻗어나가는 패스의 질도 낮아졌다. 김동진은 윙어부터 풀백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빈틈을 메웠다. '2000년생 듀오' 박종현 최규현이 '형'들 사이에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베테랑을 중심으로 한 수비진이 안정적으로 버텼기에 'K리그2 최고 크랙' 마테우스와 야고를 중심으로 한 공격진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었다. 반대로 극강의 효율을 자랑하는 공격진이 있었기에 수비진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모두가 하나가 된 안양은 그렇게 1부로 간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