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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찔끔 내리고 배달비 올린다?…점주 요구 외면한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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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 '수수료 5% 상한' 요구했지만…배민 7.8%·쿠팡이츠 9.5% 제시
배민·쿠팡이츠, 차등수수료 적용 대신 점주 배달비 500∼1천원 ↑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배달앱 중개 수수료 인하를 위한 마지막 회의가 합의 없이 끝난 것은 음식값의 9.8%를 수수료로 받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입점업체가 요구한 '수수료 5% 상한제'와 거리가 먼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나란히 식당 업주의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배달비 부담을 높이는 안을 내놨다.
지난 7일 열린 배달앱 상생협의체 11차 회의에서 배민은 기존 9.8%인 중개 수수료를 7.8%로 2%포인트 낮추고 매출이 적은 대부분의 점주에는 6.8%의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제안했다. 매출 상위 30∼80% 점주에는 6.8% 수수료를, 하위 20%에는 2%를 각각 적용하는 내용이다.
이는 배민의 종전 제안보다는 기본 수수료를 내리고 차등 수수료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배민은 점주가 배달비를 매출에 따라 500원까지 더 부담하는 조건을 새로 걸었다.
배민은 또 쿠팡이츠가 동일한 수준의 상생안을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내세웠다.
쿠팡이츠가 11차 회의에서 제시한 안은 수수료를 9.8%에서 9.5%로 0.3%포인트 낮추고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쿠팡이츠는 상위 10∼20%는 9.1%, 상위 20∼50%는 8.8%, 상위 50∼65%는 7.8%, 상위 65∼80%는 6.8%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하위 20% 수수료가 2%인 것은 배민과 동일하다.
쿠팡이츠 역시 차등 수수료를 도입하는 대신 점주가 배달비를 추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쿠팡이츠는 기존 1천900∼2천900원인 점주 배달비를 2천900원으로 통일하겠다고 했는데 이대로라면 지역에 따라 배달비가 1천원 높아지게 된다.
쿠팡이츠는 또 매출 상위 50%에 대해서는 거리와 날씨에 따라 배달 할증비용(기본거리 1.5㎞ 초과 시 100m당 100원, 악천후 때 약 1천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8일 상생협의체가 낸 보도자료에서 공익위원들은 쿠팡이츠의 제안에 대해 "수수료율 인하 수준이 낮고, 중개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배달비를 상승시킨 점"을 부족한 점으로 평가했다.
배민의 제안에 대해서는 "중개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배달비를 상승시킨 점, 상생안의 시행에 타사(쿠팡이츠)의 상생안 시행 여부를 조건으로 건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앞서 공익위원은 ▲ 중개수수료 평균이 6.8%를 넘지 않을 것 ▲ 매출 하위 20%에는 수수료 2% 적용 ▲ 최고 수수료율은 현행(9.8%)보다 낮을 것 ▲ 입점업체 부담 배달비는 현 수준인 1천900∼2천900원 정액제를 유지할 것 등을 중재 원칙으로 제시했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6.8%'는 배민이 지난 8월 수수료를 올리기 전의 수수료율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만나 "배민은 상생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제시안도 (중재 원칙에) 많이 다가왔다"면서도 "쿠팡이츠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공익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11일까지 쿠팡이츠에는 중재 원칙에 가까운 상생안을 새로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배민에는 현재 상생안에서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검토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입점업체 단체 관계자는 "입점업체 단체가 요구해온 단일 요구안인 최고 수수료 5%를 만족하는 곳이 하나도 없고, 공익위원도 평균 6.8%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충격받았다"며 "배달플랫폼과 대화할 의지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영업자 단체 대화방에는 절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합의 가능성이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입점업체 단체와 다시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마지막까지 성실히 논의에 참여하겠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은 기대가 크지 않다.
입점업체 단체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9%대 수수료를 고집하고, 배민도 쿠팡이츠가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소상공인의 배달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상생협의체를 출범시켜 3개월 넘게 11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김영명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정책위원장은 "점주 매출과 영업이익, 마진율 등을 고려해 적절한 중개수수료를 미리 제안한 뒤 거기에서 올리거나 내리는 등의 조율을 해야 했다"며 "'지금보다 얼마나 더 내릴 수 있느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당연히 배달앱이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으니 예견된 파행"이라고 지적했다.
상생협의체가 수수료 인하 합의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정부와 국회는 수수료 상한제 등 법제화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kez@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