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제 경수라고 부르면 큰일나요" 친구가 코치님이 됐다...22년지기의 유쾌한 반전

by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제 '친구 경수'가 아닌 '박경수 코치님'

올해 2월1일 부산 기장. KT 위즈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첫날. 유독 싱글벙글이던 두 사람이 있었다. 박경수와 우규민이었다.

두 사람은 오랜 친구. 박경수가 1984년 3월생이고 우규민이 1985년 1월생이지만, 우규민이 소위 말하는 '빠른 85'이기에 두 사람은 친구다. 거기에 2003년 LG 트윈스 입단 동기이기도 했다.

박경수가 먼저 KT로 떠나기 전, 2014년까지 LG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후 우규민도 삼성 라이온즈로 떠났고, 그렇게 선수 생활 황혼기를 맞이한 두 사람은 올시즌을 앞두고 KT에서 재회했다. 우규민이 2차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40세. 두 사람은 "우리의 꿈,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보자"며 손을 맞잡았다. LG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보냈던 2년 후배 박병호까지 있으니 든든했다. 박병호는 기장 캠프 때 "경수형, 규민이형이랑 마트에 간식거리를 사러 가는데, 전지훈련이 아니라 MT를 온 기분이었다"며 즐거워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은 실패했지만,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에 준플레이오프 명승부를 벌인 KT였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이 있었다. KT 창단 시기부터 '레전드'로 활약한 박경수의 은퇴. 박경수는 코치와 해설위원 사이에 고민을 하다 KT와의 의리를 지켰다. 코치로 새 출발을 한다. 박경수가 현역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를 마치며 눈물을 보일 때, 꼭 안아준 사람이 바로 우규민이었다.

그리고 우규민에게도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많은 나이에도 철저한 몸관리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은 우규민. 3번째 FA 계약을 체결했다. 2년 총액 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42세까지 선수다. KBO 역사상 최초로 투수로서 FA 계약을 3번이나 하게 됐다.

문제는 두 친구의 신분 변화다. 이제 박경수 코치다. 우규민은 여전히 선수다. '경수야'라고 부르다 '박 코치님'이라고 호칭을 해야하는 우규민이다. 두 사람만 있을 때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이 지켜볼 때 철저히 이를 지켜야 한다. 처음에는 매우 어색하겠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팀 위계 질서를 위해서 말이다.

우규민은 '박경수 코치' 얘기가 나오자 "그 생각만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코치님으로 잘 모실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