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사선 사실상 좌초, 서부선·고양은평선도 위기
'안되면 말고'식 공약 남발하는 정치인 심판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 위례신도시와 강남을 잇는 위례신사선(위신선) 경전철 건설사업이 17년째 표류하고 있다. GS건설 컨소시엄의 사업 포기 후 서울시가 새 민간 사업자를 찾기 위해 3차 공고까지 냈지만, 신청 업체가 끝내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2013년 입주 시작 전에 가구당 700만원씩 총 3천100억원의 광역교통 부담금을 낸 신도시 주민들만 또다시 '호구'가 됐다. 서울시는 위신선 민자 사업을 국가 재정사업으로 바꾸기로 하고 내년에 새 계획안을 내기로 했지만, 정부 곳간이 넉넉하지 못해 뜻대로 될지 의문이다.
▶ 위신선은 서부선(은평구 새절역~여의도~서울대)에 비하면 양반이다. 서부선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대 초에 첫 제안이 나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공사비가 크게 올라 연말 착공을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일부 업체들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발을 뺀 것이다. 만약 서부선이 무산된다면 정부가 구상하는 수도권 광역철도체계가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서부선이 고양 시민들이 학수고대하는 고양은평선(고양시청~새절역)과 직결되는 연장 노선이기 때문이다.
▶ 서울시 전철 노선도를 보면 강남·북 차별이 눈에 띈다. 강남구는 신사동에서 테헤란로에 이르는 몇 개 동네에 16개의 지하철 역사가 들어서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부촌인 서초구 반포 라인에는 아파트촌마다 역사가 있다. 하지만 정작 이용객은 서울에서 가장 적은 편이다. 구반포역의 경우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2천명으로, 은평구 새절역(2만3천명)의 10%도 되지 않았다.
▶ 서울시는 경전철 사업 표류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정부 탓을 하고 나섰다. 경제 관료들이 사업성을 평가할 때 낙후 지역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 사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들이 강남 쪽에 많이 살아서 강북과 일산의 딱한 사정을 모른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나라 곳간도 열 만한데 정부는 예산타령을 하며 꿈쩍도 안하고 있다.
▶ 서울의 교통 사각지대 주민들이 경전철에 대한 기대심리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안되면 말고' 식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 탓이 크다. 서부선만 하더라도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여야 공히 조기 착공을 공약했으나 선거가 끝나고 사업이 난관에 봉착하자 책임을 미루는 태도를 보인다.
▶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정치권에는 "지하철이 지역구에 들어서면 피곤해진다"는 말이 있다. 지하철이 생기면 아파트값이 오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젊은층이 늘어 정치지형에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희망고문'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한가지 선택밖에 없다.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정치인을 선거 때 심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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