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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선수 NO→기본기부터 시작한 '초짜' 수주중 女축구부의 유쾌한 반란 "우리에겐 정말 행복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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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이었어요."

호기심으로 시작해 이제는 인생의 소중한 '한 장'이 됐다. 수주중 여학생축구팀 '수풋' 아이들의 얼굴엔 서로를 향한 믿음이 새겨져 있었다.

김윤희 선생님이 이끄는 수주중 여학생축구팀은 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학교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여학생 축구 활성화 부문 대한축구협회장상을 받았다. 학생들은 교복만큼 익숙한 유니폼을 입고 '위풍당당' 시상식장에 들어섰다.

대한축구협회는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여학생축구 활성화 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시상식장을 직접 찾아 학생들의 열정을 응원했다. 정 회장에게 직접 트로피를 받은 (유)정우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영광"이라며 놀라워했다. (김)다인이도 "높은 분에게 상을 받으니까 특별하고 신기하다"며 웃었다. 학생들은 정 회장과 '미니 팬미팅'을 할 정도로 뜨겁게 환호했다. 정 회장은 "학교체육에 힘써주시는 선생님, 학생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 오늘 상을 받은 수주중 학생들이 앞으로도 재미있게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수주중 여학생축구팀은 지난 2022년 창단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엘리트 선수 한 명 없는, 그야말로 '순수 아마추어' 팀이었다. 김 교사는 "내가 축구를 좋아한다. 임용 전부터 여학생 축구부든 풋살부든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학생들이 학교에 남아서 자체적으로 축구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걸 계기로 여학생축구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나도 울고, 학생들도 울었다. 우리는 특출난 선수 한 명 없는 학교다. 기초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기는 없었다. 불과 3년 사이에 눈에 띄게 성장했다. '캡틴' (윤)규리는 "어렸을 때부터 풋살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벌써 3년째예요. 처음에는 호흡이 잘 맞지 않고, 대회도 나가지 못했을 정도였죠. 2학년 때야 비로소 처음으로 대회에 나갔는데, 솔직히 '망했구나' 싶었어요. 이제는 우리팀이 풋살로는 1등을 할 정도"라며 자랑했다.

실제로 여학생축구팀은 이제 학교의 '명물'이 됐다. 올해는 지원자가 많아서 '테스트'를 거쳐야 했을 정도다. 눈에 띄는 성적도 냈다. 2024년 부천교육지원청 학교스포츠클럽 축제 풋살대회 3위, 2024년 행복 서울컵 청소년 챔피언십 종합 공동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컵에선 풋살 부문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축구부 활동을 통해 훌쩍 성장했다. (신)세희는 "친구들은 물론이고 선·후배와의 관계가 좋아졌어요. 학교 생활이 더 재미있어졌죠"라며 웃었다. (이)정은이는 "축구 실력은 물론이고 체력도 좋아진 것 같아요"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졸업을 앞둔 (이)서정이는 "친구 따라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흥미 없었는데, 대회도 나가고 상도 받고 하니 재미있어졌죠. 이제 이 친구들과 함께 축구할 날이 많지 않아 너무 아쉬워요"라며 울상을 지었다. (변)윤정이도 "축구는 물론이고 이렇게 큰 시상식에 참석한 추억까지 생겨서 좋아요. 이렇게 좋은 걸 함께하지 못하게 돼 아쉬워요"라고 했다.

앞으로 팀을 이끌어 가야 하는 2학년 (박)규리와 (박)주하는 "사실 지난해에는 여학생축구부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냥 친구들끼리 공을 차는 정도로만 알았거든요(웃음). 올 한 해 함께하면서 성장하는 게 눈에 보여서 신기해요. 내년에도 하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