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최초의 투수 FA 3번째 계약, 후배들에게 꼭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2025 시즌 FA 1호 계약의 주인공은 최정(SSG)이 아니었다. '깜짝 주인공'은 우규민(KT)이었다.
KT 위즈는 FA 선수들과의 공식 협상 개시일인 6일 1호 FA 계약 소식을 알렸다. 베테랑 잠수함 투수 우규민과 계약 기간 2년, 총액 7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각 2억원, 옵션 1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FA 시장 개시 전, 이미 합의를 마친 최정의 'FA 발표 예약'이 6일 오후로 밀리는 바람에 그보다 일찍 계약 사실을 알린 우규민이 1호 계약 영광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우규민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잠수함 투수. LG 트윈스 시절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전천후 활약을 펼쳤고, 2017 시즌을 앞두고 첫 FA 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와 4년 65억원 '대박' 계약에 성공했다.
삼성에서 7시즌을 뛴 우규민은 올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2차드래프트를 통해 KT에 새로 합류했다. 올시즌 KT에서 45경기 4승1패4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2.49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위력적인 구위나 압도적인 경기 내용은 아니었지만, 팀이 필요로 할 때 중간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특히 더그아웃에서 투수 리더로 큰 역할을 했다. 포스트시즌에는 40세의 나이에도 목이 쉬어라 후배들을 응원해 귀감이 되기도 했다. KT는 그 우규민의 가치를 인정했고, 2년 더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우규민은 계약 후 인터뷰에서 "큰 계약도 아닌데 1호라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난리다. 민망해 죽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FA 계약을 맺은 자체로 감사한 일"이라고 진지하게 소감을 밝혔다.
사실 나이가 많거나 입지가 애매한 선수들은 알아서 FA 신청을 포기하기도 한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데, FA 신청을 했다가 원소속구단에 '미운 털'이 박힐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규민은 당당하게 FA 신청을 했을까.
우규민은 "사실 구단과 비FA 다년계약에 대한 논의도 했었다. 그래도 FA 신청을 했다. 이번에 FA 계약이 되면 3번째 FA 계약이었다. 투수로는 최초로 알고 있었다. 열심히 운동하는 투수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KT 구단도 우규민이 더 많은 돈을 받으려, 욕심을 내 FA 신청을 하지 않은 걸 알고 있었기에 흔쾌히 1호 계약자로 만들어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우규민은 첫 FA 계약이 끝난 2020년 마지막 날 삼성과 1+1년 총액 10억원의 2번째 FA 계약을 체결했었다. 그리고 이번이 3번째 FA다. 투수들은 FA 3회 계약을 하기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구속도 떨어지고, 어깨나 팔꿈치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야수들보다 야구를 오래 하기 어렵다. 수술 등으로 쉬는 시즌도 많다. 때문에 야수들이 주로 'FA 3번의 영광'을 안았다. 조인성, 정성훈, 이진영, 박용택, 강민호, 최정이 그 주인공이다.
역대 FA 1호 계약자 '레전드' 송진우가 2000년 역대 최초 FA 계약자가 된 뒤 2003년, 2006년 장기 계약을 맺었지만 FA는 2000년, 2006년 두 차례 뿐이다. 올시즌 은퇴를 선언한 정우람, 그리고 송은범(삼성)이 현재 현역 신분으로는 '유이하게' FA 2번을 한 선수들이다. 우규민이 투수로는 새 역사를 쓴 것이다.
2003년 프로 입단 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 우규민. 현역 선수 중 최장 기간 한국시리즈에 못간 선수 타이틀을 연장하게 됐다. 그래서 목표는 "2년 안에 무조건 한국시리즈 진출과 우승"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재밌는 것, 우규민이 올시즌을 앞두고 KT에 오면서 가장 좋았던 게 오랜 친구 박경수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박경수가 은퇴를 하고 KT에서 코치가 됐다. 우규민은 "코치님이라 부를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아프다"며 껄껄 웃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