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본인들이 하고 싶었던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1,5군 자원이 무더기로 팀에서 빠졌다. 과거 주장을 했던 오재원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수면제를 대리 처방했던 이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오재원은 현역 시절이었던 2021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야구선수 등 지인 총 14명으로부터 86회에 걸쳐 의료용 마약류인 수면제 계얄의 스틸녹스와 자낙스 2365정을 수수한 혐의르 받았다. 이 중 두산 현역 선수가 8명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 선수들은 결국 조사를 받는 기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오재원은 마약 수수 등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문제는 오재원의 강압에 못 이겨서 대리처방을 한 이들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고 처분이 나와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시즌이 끝난 뒤에야 이들의 처분이 나왔다. 8명 중 7명은 기소 유예, 비교적 많은 '심부름'을 한 1명은 약식 기소 됐다.
법적 처분이 나오면서 KBO도 이들에게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동시에 대상 선수가 밝혀졌다. 김민혁(외야수), 김인태(외야수), 박계범(내야수), 박지훈(내야수), 안승한(포수), 이승진(투수), 장승현(투수), 제환유(투수)이 그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KBO 상벌위원회는 "8명의 선수 전원에게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하여 사회봉사 80시간의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선배 선수의 강압과 협박에 의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구단의 조치로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이와 같이 제재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은퇴를 한 뒤 프런트로 출발하는 안승한을 제외한 7명은 이번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그동안 운동은 해왔지만,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등 제약 사항이 많았다.
비록 사회봉사활동 징계를 받았지만, 현역 선수로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열린 만큼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두산 관계자는 "그동안 위축되는 모습도 있었지만, 처분이 모두 나온 뒤에는 본격적으로 열심히 훈련을 시작했다"라며 "다행히 몸 상태도 나쁘지 않고 내년 시즌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선수들에게 과거는 잊고 새롭게 잘 출발하자는 뜻을 전했다. 이 감독은 "이제 다 끝났으니 좀 더 잘하자는 말을 해줬다.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내가 입장이 돼보지 않았지만, 사실 옆에서 보는 우리도 힘들었는데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까 싶다"고 했다.
이 감독은 "사실 이 선수들이 100경기 이상 뛰지 못했던 만큼, 제대로 기량이 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 같다"라며 "본인들이 하고 싶은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이천=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