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나는 앞으로도 계속 여기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
'종신'을 선언했다. 그런데 FA 신청을 했다. 어떻게 봐야할까.
허경민의 FA 신청으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선수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냐, 자신이 한 약속을 어기는 선택인가를 둘러싼 논란이다.
두산 베어스 '원클럽맨'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허경민. 두산과 2021 시즌을 앞두고 첫 FA 자격을 얻어 4+3년 총액 85억원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4년 보장에, 향후 3년은 총액 20억원 조건으로 선수가 실행 여부를 선택을 하는 옵션이었다. 선수가 원하면 다시 FA가 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그 4년이 흘렀다. 허경민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런 가운데 올시즌 도중 허경민이 상처를 받는 일이 있었다. 일부 팬들이 트럭 시위를 벌인 것. 단장, 감독에 대한 비판 중 선수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허경민에 대해서는 돈에 집착하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FA 계약 후 3년간 부진하다가 두 번째 FA 기회를 앞두자 다시 성적을 끌어올리느냐는 비난이었다.
허경민이 발끈했다. 7월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활약한 뒤 1루 응원단상에서 팬들을 만나 "나는 앞으로도 두산에 있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당히 외쳤다.
당연히 팬들은 허경민이 3년 옵션을 선택해 두산에 계속 남을 거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FA를 선택했으니, 팬들은 살짝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FA 신청은 선수의 권리이자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경쟁력이 있고, 시장에 나가 몸값을 높일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FA라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허경민의 나이(34)를 생각할 때 이번 장기 계약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몸값이 오르려면 시장에 나가 다른 팀의 관심 속에 경쟁이 붙어야 한다. 이는 곧 두산에 남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꼴이 된다.
선수가 "FA를 신청했어도 나는 두산에 남고 싶다"고 한다 해도 문제다. 그럼 결국은 돈을 밝히는 선수로 낙인 찍힐 수 있다. 3년 20억원은 만족 못하겠으니, FA 자격을 얻은 나에게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선택으로 밖에 해석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 입장에서는 단순 액수도 중요하지만 계약 기간을 3년 이상으로 늘리고픈 마음이 클 것이다. 동기 오지환(LG) 안치홍(한화)이 장기 계약을 했으니, 욕심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허경민은 3루수다. 공교롭게도 최근 각 팀들 3루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허경민이 좋은 선수인 건 분명하지만, 보상 출혈에 많은 돈을 써 데려갈 팀이 나올 확률은 떨어진다는 게 냉정한 시장 평가다.
문제는 두산이 허경민이 없다고 가정할 때, 대체 가능한 3루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허경민이 이런 상황을 분석해 FA 결정을 했다면 영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허경민의 FA 선택에 두산은 기존의 '3년 20억원'을 뛰어넘는 더 좋은 조건으로 화답하게 될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