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랜만입니다. 아, 드디어 발표가 났군요."
이인복은 차분했다. 방출 통보로부터 발표까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마음 정리를 한 기색이 엿보였다.
서울 출신이긴 하지만,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11년 몸담은 보금자리를 하루아침에 정리하긴 어렵다. 이인복은 아직 부산에 머물고 있다.
모처럼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인복은 "(방출)얘기 듣고 나서 부모님께는 미리 말씀드렸죠"라고 했다.
1991년생인 이인복은 서울고-연세대 출신 대졸 투수로 프로에 입문했다. 2014년 2차 2라운드(전체 20번)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래 11년간 뛰어온 원클럽맨이다.
지난 1군 커리어를 돌아보면 화려하진 않다. 1군에서 총 8시즌, 139경기 337이닝, 14승20패4홀드 평균자책점 5.69를 남긴 채 롯데를 떠나게 됐다.
입단 당시엔 강속구 투수였지만, 이후 투심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중심의 투수로 변신하면서 2020년부터 1군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이 서른에 깜짝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2021년 9월 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불펜으로 4⅔이닝 3실점 역투했고, 이를 터닝포인트 삼아 선발로 전향했다. 4일 뒤 키움 히어로즈전 5이닝 2실점 호투를 시작으로 8경기 41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 평균자책점 2.59의 호투를 펼쳤다.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1번 올렸다.
특히 이인복이 선발로 나선 8경기에서 롯데가 7승1패를 기록하며 1m87 체구에 걸맞지 않는 '승리요정'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이듬해에는 명품 5선발로 자리잡았다. 26경기(선발 23)경기에 등판, 126⅔이닝을 던지며 9승9패 평균자책점 4.19로 역투했다. 퀄리티스타트도 8번이나 기록하며 '믿고 볼수 있는 투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그래프 정점에서 부상에 직면했다. 전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팔꿈치 뼛조각 통증이 결국 수술 소견을 받았다. 2023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3일전이었다.
재활 후 1군에 복귀했지만, 전 같은 투심의 구위를 되찾지 못했다. 올해까지 부진이 계속됐고, 결국 정든 팀을 떠나는 처지가 됐다.
이날 연락이 닿은 이인복은 "이야기를 들은지는 좀 됐어요. 프로스포츠라는게 어느날 옷을 벗는 날도 있고, 새로운 옷을 입는 날도 있기 마련이죠"라며 담담하게 웃었다.
불펜으로만 뛰던 베테랑이 하루아침에 기적처럼 선발로 자리잡았는데, 그 뒤늦은 전성기의 정점에 터진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이인복은 "저도 그 부상이 참 아쉽네요. 이제 괜찮은데"라고 돌아봤다.
"아직 젊잖아요. 포기하긴 이른 나이에요. 롯데를 떠난다고 제 야구인생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하니까, 발표나기만 기다렸습니다. 이제 시작해야죠."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