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우리은행 김단비가 우리나라 여자프로농구 단일리그 사상 최초로 3경기 연속 30득점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마냥 웃지 못했다. 2경기 연속 김단비 외에는 10점 이상 넣은 선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은 "김단비에게 너무 집중됐다.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단비는 지난 4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전서 30점을 퍼부으며 73대65 역전승에 앞장섰다. 김단비는 10월 28일 신한은행전 34점(76대64 승), 2일 BNK전 34점(54대70 패)에 이어 독보적인 득점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WKBL이 2007년 단일리그로 개편된 이래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3연속 30득점이다. 과거 여름리그와 겨울리그로 치러지던 시절까지 포함하면 1999년 겨울과 2001년 여름 정선민(당시 신세계)에 이어 역대 3호다.
우리은행은 본의 아니게 '김단비 몰빵 농구'를 하게 됐다. 위성우 감독도 "김단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입맛을 다셨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이지만 스토브리그 동안 출혈이 극심했다. 주전 넷이 팀을 떠났다. FA 박혜진(BNK) 최이샘(신한은행) 나윤정(KB)을 모두 놓쳤다. 박지현은 해외 진출 도전에 나서 뉴질랜드 리그에서 뛰고 있다. FA로 심성영 박혜미를 영입하고 보상선수 한엄지 김예진이 왔지만 우승멤버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김단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선수가 백업에서 주전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위성우 감독은 "식스맨으로 뛰던 선수들이 이제 베스트5로 나가는데 식스맨처럼 플레이한다. 여기서는 식스맨이 아니다. 힘든 것은 알겠지만 나아지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단비 몰빵'은 장기적으로 단점이 더 많다. 김단비가 시즌 내내 30점을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성우 감독은 "농구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선수들에게 단비 좀 찾지 말라고 했다. BNK전은 공만 잡으면 김단비부터 찾더라. 실패하더라도 부딪히면서 경험을 쌓아야지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면 성장할 기회도 생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성우 감독의 강력한 주문이 통했을까. 삼성생명전은 선수들이 고르게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였다. 위성우 감독은 "선수들이 이제 각성을 조금 한 것 같다. 단비도 힘든 시기에 본인이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나서서 걱정이 되지만 너무 고맙다. 우리 젊은 선수들이 상대 언니들에게 어떻게보면 농락을 당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 또한 당하면서 배운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더 나아가야 한다. 위 감독은 "30점도 조금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단비가 20점대 해주면서 나머지 선수들이 채우도록 성장한다면 해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김단비는 막중해진 책임감이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단비는 "프로 18번째 시즌인데 한 경기 한 경기 힘들지 않은 시즌이 없었다"며 지금 상황이 특별히 더 어려운 처지도 아니라고 했다. 김단비는 "보여줘야 한다, 못 보여주면 어떡하나, 이겨야 한다, 우승해야 한다 그런 강박이 있었다. 지금은 이기는 것보다 동생들을 아울러서 어떻게 더 좋은 경기를 할까 고민한다. 굳이 더 힘든 점이 있다면 나이를 먹어서 회복이 조금 더 느려졌다는 것 뿐"이라며 웃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