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금빛 환희로 물든 류중일호의 항저우아시안게임. 그런데 단 한 선수에겐 물음표가 떨어지지 않았다.
최종명단에 합류했음에도 단 1경기도 출전하지 않은 KIA 타이거즈 '예비역 외야수' 최원준(27)이 주인공.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자 마자 발표된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포함 당시 외야 수비에서 다양한 활용도가 점쳐졌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된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출국 전 종아리에 타구를 맞아 부상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고, 결승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최원준은 결국 '0경기 출전'으로 허무하게 아시안게임을 마무리 했다. 소속팀 KIA 복귀 후 정밀검진에서 종아리 근막 및 근육 미세 손상으로 최대 8주 진단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되는 불운까지 겪어야 했다.
아쉬움 속에 마무리한 2023년. 하지만 최원준은 2024년을 최고의 한 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올해 KBO리그 136경기 타율 2할9푼2리(438타수 128안타) 9홈런 5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1을 기록했다. 3할 타율에 닿지 못했으나, 홈런(9개)과 타점(56개)은 커리어 하이였고, 출루율도 0.371로 준수했다. 수비에선 중견수와 코너 외야수 자리를 번갈아 맡으면서 팀의 V12에 일조했다.
2024 WBSC 프리미어12를 앞둔 야구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다시 최원준을 불렀다. 1년 전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합류하고도 미출전했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1년 전보다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출국을 불과 사흘 앞에 둔 류중일호의 외야 구성엔 빨간불이 들어왔다. 삼성 라이온즈 캡틴 구자욱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다 다쳐 이탈했고, 같은 팀 김지찬도 발목 부상으로 하차했다. 현재 대표팀에 남은 외야수는 최원준과 홍창기(LG 트윈스) 이주형(키움 히어로즈) 윤동희(롯데 자이언츠) 4명 뿐. 류 감독은 "외야수는 4명으로 가야 한다. 급하면 신민재(LG)가 외야로 나갈 수 있다"며 추가 발탁은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원준은 올해 개막엔트리에 합류해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을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풀타임 시즌을 보낸 상태. 체력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시기다. 한국시리즈에선 이런 체력적 부담이 겹치면서 페이스 저하가 눈에 띄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고척 쿠바전 2경기 모두 대수비로 나섰고, 타석에서도 안타를 기록하는 등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류 감독은 쿠바와의 2경기에서 홍창기-이주형-윤동희로 외야를 구성했다. 최원준은 이들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수비 뿐만 아니라 타격, 주루 능력 모두 쓰임새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의 히든카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아시안게임 부름에 응했던 것처럼,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짊어진 최원준이다. V12 밀알 역할을 했던 올 시즌, 대표팀에서 다시 한 번 환희를 꿈꾸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