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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K리그는 울산 HD의 시대" 세월은 생물, '만년 2위'서 롤모델이 된 '전국구 클럽'…'왕조' 3연패, 우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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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세월은 생물이다. K리그도 시대 정신이 있다. 2000년대 초반 FC서울과 수원 삼성, '슈퍼매치'의 두 축이 문화를 주도했다. 그 흐름은 전북 현대로 넘어갔다. 전북 왕조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 시기, '현대가 형제'인 울산 HD는 '만년 2위'의 덫에 걸렸다. 2019년과 2020년, 파이널라운드를 1위로 출발했지만 전북에 역전당했다. 최악은 2019년이었다. 울산은 5년 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최종전에서 비기기만해도 우승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빗속 혈투에서 포항에 1대4로 대패했고, 다득점에 밀려 전북에 트로피를 헌납했다.

그래서 2024년이 더 특별했다. 모든 악몽에서 벗어났다. 울산이 비로소 '왕조의 문'을 열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왕조의 시작'인 3연패를 달성한 세 번째 구단으로 등극했다. 성남FC가 기업구단인 일화 시절 1993년~1995년, 2001년~2003년, 두 차례 3년 연속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북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연속 K리그1을 제패했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4' 파이널 3라운드에서 2대1 승리했다. 승점 68점을 기록한 울산은 2위 강원(승점 61)과의 승점차를 7점으로 벌렸고, 남은 두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3년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울산의 홈인 문수축구경기장은 그라운드 보수 작업이 진행돼 경기장이 변경됐다. 울산종합운동장의 트라마우가 있었다. 거짓말처럼 이날도 세찬 비가 내렸다. 더 이상 눈물은 없었다. 가을비는 하늘의 '우승 세리머니'였다. 1만여명의 팬들이 플래시를 켜고 "잘가세요"를 부른 장면은 장관이었다.

울산은 2022년, 17년 만의 K리그1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창단 후 첫 2연패를 달성했다. 3연패도 최초다. 1996년, 2005년과 함께 통산 다섯 번째 별을 가슴에 달았다. 3연패에 우연은 없다. 흥하는 구단은 선수단, 프런트, 팬이 하모니를 연출해야 가능하다. 어느 하나라도 삐걱거리면 정상의 환희는 순식간에 눈물로 퇴색된다. 잘 나가던 수원이 2부로 떨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강등을 걱정하는 전북의 아픔에도 '전조'가 있었다.

K리그1은 울산의 시대다. K리그의 새로운 모델로 우뚝섰다. 일례로 울산은 지난해 홈경기 당일 '자체 F&B 사업'을 도입해 진일보한 발걸음을 옮겼다. 올해는 프로스포츠 최초 울산시의 최대 복합 쇼핑몰에 상설 매장을 오픈했다. 오픈 2일간 약 2000명이 방문해 1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현재도 성업 중이다. 전국구 구단으로도 발돋움했다. 지난달 9일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에 구단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첫 날 약 600명이 찾아 약 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총 매출은 약 1억5000만원이었다.

팬들도 화답했다. 울산은 비수도권 구단의 한계에서 완전히 탈출했다. 지난 시즌 총 34만599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창단 이후 최초 홈 관중 30만을 기록했다. 그 기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시즌 홈 19경기에서 1만8210명의 평균 관중이 운집했다. 올 시즌 홈 18경기 평균 관중이 1만8307명을 기록,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다. 2년 연속 홈 관중 30만명 돌파의 위업을 달성했다. 현재까지 누적 관중수는 32만9519명이다. 마지막 남은 홈 경기에선 3연패의 대관식이 열린다. 지난해의 누적 관중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단에도 '우승 DNA'가 제대로 이식됐다. 2022년 울산에 둥지를 튼 후 내리 3시즌 연속 정상에 오른 센터백 김영권은 지난 6월 "작년, 재작년처럼 독주 느낌은 아니지만 우승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승할 수 있는 팀은 울산 뿐이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당연히 우승해 나가는 과정 중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왜 우승하지 못하는지가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라고 자신했다.

현실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7월 A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판곤 감독이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30대의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으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냈다. 한때 부러웠던 전북의 '우승 DNA'를 울산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울산은 오는 30일 포항과의 코리아컵(FA컵) 결승전에서 '더블(2연패)'을 노린다. 3전 전패로 벼랑 끝에 내몰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도 반전을 꿈꾸고 있다. 내년에는 아시아 대표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격한다. 안주하는 순간 제2의 수원, 전북이 될 수 있다. 울산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