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이게은기자]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3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에서는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라는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추성훈은 "저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재일교포 3세다. 어머니는 한국에서 결혼한 후 일본으로 넘어왔다"라며 일본어를 몰랐던 어머니가 일본에서 두 자녀를 양육하느라 고생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일본에 살면서 재일교포로서 겪은 차별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중1 때 친구가 제게 100엔을 빌려달라고 해서 줬다. 갚는다고 했는데 안 갚더라. 주머니에서 동전 소리가 나도 안 주길래 돈을 달라고 했고, 그래도 안 주길래 엄청 싸웠다. 교실에 앉아 있는데 싸웠던 친구반 선생님이 찾아와 체육관으로 혼자 오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갔더니 갑자기 그 선생님이 얼굴만 피해 구타했다. 일본 사람은 때리지 말라고 하더라. 다리를 많이 맞아서 다리를 절뚝이며 집에 갔고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 엄마가 눈치를 채서 구타당한 일을 실토했고 차별이라고 느꼈다"라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안겼다.
그런가 하면 추성훈은 자신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은 이유가 어렸을 때 유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엄청 무서워서 유도만 바라봤다. 대학교에 졸업한 후에는 일반 실업팀을 가야 했는데 일본 실업팀을 가려면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했다. 일본 실업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는데 한 달에 300만원을 준다고 하더라. 솔직히 엄청 흔들렸지만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부산 시청 소속으로 입단을 했고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눈물이 났다고 했다.
추성훈은 한국에 온 지 1년 만에 에이스로 떠올랐지만 뜻밖의 어려움에 빠졌다. 추성훈은 "유도 협희에서 잘못된 판정이 너무 많이 있었다"라며 국제무대에서 1등을 해도 석연치 않은 판정에 울어야 했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했고 그 후 일본으로 귀화하기로 결정한다.
일본 국가대표가 된 후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다시 부산을 찾은 추성훈. 그는 결승전까지 올라가 한국 선수와 싸웠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추성훈은 "시상식에서 일장기가 가운데에 올라가고 그 옆에 태극기가 올라가는데 기쁘지만 뭔가 이상했다"라고 떠올렸다. 다음날 신문 1면에는 추성훈 기사가 "조국을 메쳤다"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됐다. 추성훈은 "한국과 일본에서 악플이 너무 많았다. '난 도대체 어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복잡했던 심경을 털어놨다. "쪽바리 ㅅㅋ 일본으로 꺼져", "X쓰레기 XX 쳐 나오지 마", "한국말도 못 하는 XX XX" 등 충격적인 악플도 공개했다.
추성훈은 유도 은퇴 후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동했는데 당시 한국 팬들의 응원을 많이 받았다면서 "예상을 못 했는데 우리나라 팬들이 엄청 응원해 줬다. 팬들이 너무 감동받았다고 했는데 제가 훨씬 많이 감동받았다"라고 말했다.
작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 이야기도 꺼냈다. 추성훈 아버지는 2023년 4월 73세로 별세했다. 골프를 치다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사망했다. 추성훈과 함께 예능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던 터라 대중의 안타까움도 컸던 바.
추성훈은 "아버지께 배운 게 많다. 인생에서 선택해야될 때가 많지 않나. 제게 아버지는 무조건 어려운 길을 선택하라고 했고 그게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입관할 때 금메달을 넣어드렸다. 제가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걸 가장 기뻐하셨다. 아버지도 유도를 하셨고 대한민국 국가대표까진 못됐지만 잘 하셨다. 유도복을 입고 싶어하실 것 같아 아버지께 제 유도복을 입혀드렸다"라며 입관 때 직접 유도복을 입혀드렸다고 밝혔다. 추성훈은 "아버지가 나의 첫 유도 띠를 묶어주셨는데 이젠 내가 아버지 가는 길, 아버지에게 유도 띠를 묶어드리게 됐다"라며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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