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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 시즌 개막…'신상필벌·쇄신' 초점에 긴장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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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 시즌의 막이 올랐다. 최근 몇 년간 인사 기조는 '위기 속 쇄신'이었다. 대내외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안정을 바탕으로 혁신을 꾀하는 소극적 쇄신에 가까웠다. 그러나 올해는 상당수 기업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보다는 쇄신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적극적 쇄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업계를 시작으로 '신상필벌'과 위기 대응을 위한 조직 개편이 시작됐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인사는 신상필벌과 쇄신 원칙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수장이 된 후 '통합 이마트' 전략을 추진한 한채양 이마트 대표(부사장)가 사장으로 승진했고, 신세계까사 실적 회복을 끌어낸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스타일 부문을 함께 맡았다. 반면 실적 부진을 겪던 송현석 신세계푸드·신세계L&B 대표 등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되며 상무보 대표가 됐다.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장을 가속하기 위한 일환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실적이 부진하거나 장기간 인사 변화가 없던 현대디에프·지누스·현대L&C·현대이지웰의 대표를 교체했다. 계열사를 중심으로 인사, 법무 관련 팀을 신설했고 자금 관리 부서인 재무팀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롯데그룹은 늦어도 12월 초 이전에 이사회를 열어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를 비롯해 업황이 부진한 롯데면세점, 롯데케미칼 등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 만큼 쇄신에 방점을 찍은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의 승진 여부에도 관전 요소 중 하나다.

재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변화 움직임은 올해 인사의 방향성을 어느정도 보여준 것 같다"며 "실적 부진과 미래 성장동력 마련의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안정과 쇄신에 대한 무게추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전방위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업부장을 대거 교체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단행했지만,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빠른 11월 말로 당겼다. 일각에서는 올해 실적 부진이 부각됨에 따라 인사 시기도 지난해보다 빠른 11월 중순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적 부진을 감안하면 임원 승진 규모가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SK그룹은 12월 초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부회장단을 전격 교체한 데 이어 지난 5월과 6월에도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 사장을 교체했고, 지난달 SK에너지 등 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이미 인적 쇄신과 조직 재정비에 나선 만큼 연말 인사에는 큰 변화 자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CEO 교체 등에 따른 조직개편 관련 임직원 중심으로 변화의 폭은 커질 수 있다.

LG그룹도 11월 말 정도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각 계열사 등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하지 않다는 점에서 변화의 폭은 크지 않겠지만 AI 등 기술 관련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리더'를 대거 깜짝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호실적을 기록했고, 당분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사의 방향성은 '안정'과 '성과 보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미래 사업 분야인 전기차(EV)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분야를 중심으로 변동이 클 전망이다. 현대차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52명을 승진시킨 바 있다.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