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T1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정상에 우뚝섰다. 그 중심에는 e스포츠의 역사 '페이커' 이상혁이 있었다.
3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에서 T1은 중국의 빌리빌리 게이밍에 세트 스코어 3대 2로 승리했다. 이로써 T1은 2년 연속 롤드컵에서 우승, 통산 우승 횟수를 5회로 늘렸다. 앞서 T1은 지난 2015년과 2016년에도 2년 연속으로 롤드컵에서 우승한 바 있다.
T1은 1세트와 3세트, 빌리빌리에 밴픽과 운영 능력에서 밀리며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T1 특유의 기동력을 살린 '서커스 플레이'도 나오지 않았다.
흐름을 바꾼 건 이상혁이었다. 세트 스코어 1-2로 패배 위기에 몰린 4~5세트 공격적인 플레이로 상대 운영에 균열을 만들었고,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컨트롤 능력으로 여러 차례 교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우승의 핵심 역할을 했다.
이날 이상혁은 MVP 선정되면서 2016년 이후 8년 만에 또다시 롤드컵 MVP에 뽑혔다.
롤드컵 역사상 2번의 MVP를 수상한 선수는 이상혁이 유일하다. 롤드컵 500킬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까지 달성하면서 사실상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냉정하게 이번 시즌 T1은 좋지 않았다. 1~2위를 다투던 국내 리그 LCK에서 4위를 기록하면서 선수단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을 정도였다. 롤드컵 우승에 대한 기대도 1번 시드인 한화생명e스포츠와 2번 시드 젠지 쪽으로 기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T1은 세계 무대에서 강했다. 결승 문턱에서 만난 젠지마저 롤드컵에서는 T1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T1에게는 스위스 스테이지(16강전) 첫 경기에서 LPL(중국)의 TES에게 패배한 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 이후 재정비를 빠르게 마치고 남은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LPL 킬러로서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번 결승에서의 승리로 T1은 다전제에서 LPL을 상대로 10연승을 기록하게 됐다. 'T1은 LPL에게 지지 않는다'는 말은 결국 하나의 진리가 됐다.
T1 선수들의 소환사 이름 앞 글자를 따 '제오페구케'로 불리는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 '페이커' 이상혁,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은 현시점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상 최고의 팀이 됐다. 이들은 3년 동안 한 명도 팀을 이탈하지 않고,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3회 연속 롤드컵 결승 진출, 같은 스쿼드로 2년 연속 롤드컵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뤘다.한편 내년 롤드컵은 올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을 개최한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만큼 LPL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LPL에 특히 강하고,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T1은 청두에서도 열띤 응원속에서 제기량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내년 MSI는 캐나다, 새로 만들어지는 국제대회 '퍼스트 스탠드'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퍼스트 스탠드는 지역 간의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요소를 적용하기 위해 기획된 대회로, 5개 지역 스플릿 1 우승팀들이 출전하는 국제 대회다.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