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학생인건비통합관리 잔액제도 개선안' 공개
연구책임자 적립분서 1년 인건비 제한 금액 중 20% 기관으로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연구개발(R&D) 분야 학생인건비 활용 촉진을 위해 1년 치 이상 과도하게 적립된 인건비 중 일부를 소속 기관에 되돌려 다시 배분하게 하거나 국고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에서 공청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학생인건비통합관리 잔액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학생인건비는 R&D 과제에 참여한 학생연구원에 지급되는 인건비다.
2013년 연구책임자별 통합관리제가 도입되면서 안정적인 인건비 확보를 위해 인건비 잔액을 반납하는 대신 적립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시행 10년이 지나면서 적립 규모가 늘고 과도한 적립 사례도 나타났다.
실제로 누적 인건비 적립금은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를 시행 중인 60개 대학 기준 2020년 3천484억원에서 2022년 5천895억원으로 2년간 69.2% 증가했고, 3년 치 이상 잔액을 가진 연구자도 23.1%로 다섯 중 하나 수준이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1년 치 이상 인건비를 적립한 연구책임자의 경우 연말 잔액에서 학생인건비 1년 치 지급분을 제한 금액의 20%를 학교나 학과 등 기관 계정에 이체하는 새로운 개선안을 내놨다.
예를 들어 올해 총잔액이 1억2천만원인데 이 중 4천800만원을 인건비로 지급한 연구책임자의 경우 잔액 7천200만원에서 4천800만원을 뺀 2천400만원의 20%인 480만원을 기관 계정에 이체하는 것이다.
기관은 이렇게 들어온 적립금을 기관 의무 소진 비율에 맞춰 다시 학생들에게 자율 배분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과기정통부는 학생연구자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연구책임자들의 잔액을 토대로 추산하면 약 300억원이 환수돼 재분배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과기정통부는 계산했다.
임요업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은 "안정적 인력양성에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엄청난 액수가 기관에 쓰이지 않고 쌓여가고 있다"며 "합리적 수준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지난 8월 과기정통부는 모든 연구책임자가 전체 적립금의 10~20% 비율을 기관 계정에 이체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장 의견을 반영해 1년 치 이상 과도한 적립 사례만 제도 적용을 받게 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말까지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 고시를 개정하고 내년 말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기관 단위 학생인건비통합관리기관으로 등록해 기관 계정을 가진 대학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를 신청하지 않은 대학의 연구책임자들은 회수되는 금액이 국고로 환수된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기관 단위로 학생인건비를 통합 관리하는 대학은 올해 기준 14곳이고, 내년부터 추진되는 이공계 연구생활장려금(한국형 스타이펜드)를 지원받기 위해 올해 20곳이 추가로 신청한 것을 감안하면 내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대학은 34곳에 불과하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감안해 내년에는 통합관리기관 상시 지정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장에서 통합관리제가 이른바 '잘하는 연구자'의 돈을 떼어 나눠준다는 불만이 커 안착이 잘 안됐던 만큼 이번 제도를 둘러싼 연구책임자들의 반발도 클 전망이다.
이날 공청회에는 이와 관련해 대학 연구자와 학생연구자,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인 최세휴 경북대 교수는 "대학 현장에서 불만이 많아질 것 같다"며 유예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적립금이 5천만원 이상인 연구책임자를 대상으로 해 대상자를 15% 정도로 조정하는 대신 이체 비중을 점차 늘리는 형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인 유재준 서울대 교수는 "기관이 큰 재원이 있어야 지속 지원이 가능한데 이월 금액을 확보해 기관에 넣어도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는다"며 "지원 방법을 살피는데도 행정적 부담이 커져 실질 학생에게 제공되는 지원금이 주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비 집행을 관리하는 대학 산학협력단에서도 산단에서 수혜자를 설정하기 어렵고 교수들의 반발도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수도권 한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산단에서 들어오는 금액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기관 차원에서 예산을 짜고 지급하기 어렵다"며 "대학원 학적정보도 산단이 보유하고 있지 않아 지급계획을 수립하거나 처우개선책을 고려하기도 한계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기관 계정에서 인건비를 확보한 교수들이 인건비를 직접비로 돌리는 방식으로 '합법적 범위' 내에서 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수도권 지역 다른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교수들은 학생의 개념을 '나의' 학생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기정통부는 '우리' 학생에게 돌아가는 복지 개념을 이야기하는데 인건비를 내놓는 교수를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 조정관은 "인구절벽과 이공계 인재 유출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생인건비제도를 비롯해 연구개발시스템을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며 "정부는 제도개선과 동시에 학생과 연구자가 불안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소통과 지원에 나설 예정이니, 연구자, 대학, 출연연 등 연구현장의 각 주체가 미래 과학기술 인재육성을 위해 한뜻으로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shj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