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지면 되갚아주고 싶은 마은은 당연히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 가을, 누굴 얘기해도 다 필요 없다. 이 남자의 마성에 모두가 빠져들고 있을 뿐.
삼성 라이온즈 김헌곤의 계절이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부터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천적' KIA 타이거즈를 만나 '오타니' 부럽지 않은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 KIA를 상대로 타율 4할4리 3홈런 8타점. 정규시즌부터 이범호 감독이 '김헌곤' 이름을 달고 살았다. 그 기세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지고 있다. 1차전 선제 솔로포에 이어 3차전 결정적 홈런까지.
사실 홈런보다 중요한 건 수비였다. 5회 최원준의 적시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여기서 KIA가 점수를 냈다면, 후반 분위기가 어떻게 갈 지 몰랐다.
박진만 감독이 입이 귀에 걸렸다. 박 감독은 "호랑이 잡는 사자"며 김헌곤의 활약을 반겼다.
김헌곤은 "정말 이기고 싶었다. KIA가 강팀이라, 끝까지 끈질긴 경기를 하는 바람에 긴장했다"며 3차전 승리 소감을 밝혔다.
슬라이딩 캐치에 대해서는 "라이온즈파크가 원래 외야 타구가 라이트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 타구는 중간에 사라졌다. 스타트를 끊었으니 일단 달리고 봤다. 정말 다행히 글러브에 공이 들어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김헌곤은 바뀐 투수 김헌곤을 상대로 3-1을 만드는 홈런을 쳤다. 전상현은 서스펜디드 됐던 1차전 6회 무사 1, 2루 찬스를 날리게 한 주인공. 삼성에는 악몽이었다. 김헌곤은 "전상현 선수의 공이 워낙 좋아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내가 힘들 것 같았다.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치자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실투가 들어와 홈런이 됐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김헌곤은 전상현을 상대로 홈런을 친 게 의미가 없었느냐고 묻자 "사실 생각할 겨를은 없었지만, 선수들은 지면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남겼다.
대구=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