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4 한국시리즈 3차전에 나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에릭 라우어.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2연승으로 상승세인 팀 분위기와 감각을 되찾은 타선의 도움, 한 달여 간의 휴식이 쾌투의 자양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삼성을 상대로 치른 KBO리그 데뷔전에서 뭇매를 맞았던 악몽을 떨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도 큰 게 사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지난 8월 11일 광주 삼성전에서 라우어는 3⅓이닝 7안타(2홈런) 1볼넷(1사구) 3탈삼진 4실점했다. 최고 154㎞ 직구를 보여줬으나 구속은 곧 떨어졌고, 강점으로 여겨졌던 커브와 커터도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하지 못했다. 구위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후 라우어는 꾸준히 5이닝 이상 투구를 하면서 서서히 리그에 적응해 나아갔다. 9월 12일 롯데전에선 6이닝 1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치면서 승리 투수가 되기도. 하지만 긴 휴식 후 돌아온 9월 30일 NC전에선 4이닝 5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삼성은 비록 2연패 했지만, 타선의 힘은 여전히 무시 못한다는 평가. 1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했으나 추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일찌감치 빅이닝을 허용한 2차전 역시 9회 KIA 마무리 정해영을 물고 늘어지는 등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타격감 역시 플레이오프 초반에 비해서는 하락세지만, 안방 대구로 돌아가면 언제든 반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2연패로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커진 3차전에서 그 힘은 배가될 수 있다.
라우어가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따라 KIA의 남은 시리즈 윤곽도 바뀔 수 있다. 라우어가 5이닝을 책임져 주면 금상첨화. 그러나 뭇매를 맞고 일찌감치 물러난다면 문제가 생긴다. 4차전 선발이 예상되는 윤영철이 앞서 부상으로 긴 휴식을 취했던 터라 아직은 긴 이닝을 기대하기 어렵다. 불펜 자원을 넉넉히 가져가야 하는 시점에서 라우어부터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다면 이후 연쇄적으로 꼬일 수 있다.
이런 라우어에 2차전 선발 양현종이 보여준 투구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양현종은 지난 23일 광주 2차전에서 1회초 선두 타자 김지찬부터 2회초 2사루에서 만난 8번 타자 이재현까지 8타자에게 17구 연속 직구를 뿌렸다. 평균 구속은 140㎞(최저 134㎞, 최고 145㎞)였지만,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 걸치는 제구, 속도로 완급을 조절하면서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 냈다. 2개의 안타를 내줬음에도 1회 7개, 2회 11개의 효율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2회 이재현에게 삼진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 뿌린 체인지업이 첫 변화구.
양현종은 "(1회초에) 김지찬이 초구에 방망이 나오는 것 보고 삼성이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봤다. 피할 생각은 없었다"며 "오늘 몸을 풀 때 직구의 힘이 좋다고 봤다. 직구 위주 피칭을 한다면 장타를 맞지 않겠다 생각했다. 삼성 타선에 맞춰 공격적으로 던져 4회까지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었다. 생각대로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에 강했던 캠 알드레드를 내보내고 라우어를 데려온 KIA의 기대치는 명확하다. 메이저리그에서 준수한 성적을 올렸던 라우어의 기량과 경험이 분명 한국시리즈, V12 달성에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라우어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