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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노비 잘 어울리지 않나요?"…강동원, '전,란'으로 깨부순 연기 편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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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었다. 배우 강동원(43)이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천재적인 검술 실력을 지닌 노비 천영으로 분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 11일 공개된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았고, '심야의 FM'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란'은 공개 2주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에 오르며 식지 않는 열기를 입증했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강동원은 "넷플릭스에서 작품이 공개되다 보니까,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내 영화가 개봉한 게 맞나' 싶고, 약간 어리둥절하기도 했다"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어서 얼마나 많이 봐주실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근데 조금 더 봐주셨으면 좋겠다(웃음)"고 소감을 전했다.

강동원은 '전,란'을 통해 처음으로 노비 역할에 도전했다. 이그는 "사실 어릴 때부터 금수저가 아니었고, 양반과 노비 중간쯤 되는 중산층 집안에서 자랐다. 그러다 보니 노비가 훨씬 더 태생적으로 잘 맞았던 것 같다. 오히려 양반 쪽과는 성격이 안 맞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정민이가 먼저 작품에 합류한 상태였고, 나는 박찬욱 감독님이 대본을 보내주셔서 재작년 겨울쯤 화상으로 미팅을 했다"며 "대본을 보고 나서 김상만 감독님 전작을 봤는데, 정말 천재적인 감독님이라고 생각했다. 대본이 굉장히 두꺼웠는데, 뭔가 영화적이지 않은 대본이라고 생각했다. 천영의 비중이 가장 많긴 했지만 각 인물 별로 포커스 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새로운 연기 변신을 감행한 만큼, 작품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강동원은 "초반에 등장하는 신을 보고 조금 더 망가질 것 그랬다"고 웃으며 답했다. "분장을 조금 더 더럽게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분장팀에 스킨톤을 얼룩덜룩하게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약간 소통 미스가 있었던 것 같다. 더스트를 붙이는 것과 피부톤을 바꾸는 건 다른데, 너무 깨끗한 얼굴로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극 장르만의 차별점에 대해 "분장 자체가 너무 불편하긴 하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남자들은 수염 붙이고, 여자들은 머리를 올려야 해서 분장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얼굴에 본드를 하루종일 붙여야 하는데 얼마나 피부에 안 좋겠나. 여름에는 찝찝하고 끈적여서 미쳐버린다. 그런데 막상 분장을 하고 나서 보면 싫지만은 않다(웃음). 또 사극은 액션을 해도 마냥 주먹다짐은 아니고, 칼을 쓰지 않나. 한복을 입었을 때만 나오는 멋진 모습도 좋더라. 겨울에는 양반 역할을 하는 게 좋고, 여름에는 노비 역할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종려를 연기한 박정민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강동원은 "뭘 하든 간에 늘 자연스럽다. 일을 할 때도 그렇고, 안 할 때도 그렇고 항상 자연스러워서 그게 되게 멋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박정민과의 브로맨스 호흡에 대해선 "나는 받기만 했다. 정민이가 촬영 전에 준비해온 감정선이 있더라. 거기에 맞춰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박정민이 글썽이면 나도 글썽였다. 정민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멜로를 진하게 생각한 것 같다. 처음엔 뭔가 이상한 것 같다고 느껴서 '이걸 받아, 말아' 했다가 결국 받았다. 영화에 나온 장면들은 (멜로적인 요소들을) 다 받았던 연기였다"고 비화를 전했다.

앞서 박정민은 지난 2일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강동원 옆에 선 것이) 불공평하다"고 너스레를 떨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이에 강동원은 "원래 칭찬을 받는 것도, 하는 것도 익숙치 않은 성격이다. 박정민한테도 그냥 '양반 역할 잘 어울리는데 왜 그러냐' 정도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강동원은 지난 2003년 데뷔해 20년 넘게 배우로 활동 중이다. 그는 연기에 대해 "쉬워졌다기 보단 편해졌다. 예전에는 현장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내가 연기를 잘한다는 건 아니다. 훨씬 더 자연스러워지고 편해지긴 했는데, 잘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화면에 담기는 갭 차이를 줄이는 게 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전,란'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만큼, 이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전하기도 했다. 강동원은 "2009년에도 프로젝트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적 있었는데, 그땐 나이가 어리다 보니 공식석상에 서는 게 부담스러웠다"며 "40대가 되고나서부터는 레드카펫에 서는 것이 영광스럽더라. 어렸을 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웃음).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예전보다 감사할 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