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짜는 라인업·지명타자 출전제한…"유망주 성장 1순위"
FA 취임 선물도 거부한 이호준 감독 "3년 안에 대권 기회"
(창원=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에게 '내부 경쟁'은 모두에게 득이 되는 개념이다.
젊은 선수에겐 언제라도 주전이 될 기회가 온다는 동기가 될 수 있다. 설사 경쟁에서 밀린 주전 선수도 자신을 재점검하고 휴식을 취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22일 NC호의 새 선장으로 선임된 이 감독은 24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지도 철학을 소개했다.
이 감독은 "젊은 친구들의 성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게 많이 연구할 것이다. 어떻게 퍼포먼스를 내도록 할 수 있을지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까지 치렀던 NC는 올 시즌 리그 9위(61승 2무 81패)에 그쳤고 정규시즌 막판 강인권 전 감독을 경질했다.
구체적으로 내부 경쟁 활성화를 위해 '2군 추천선수 제도'를 도입하겠고 밝혔다.
이 감독은 "엔트리 28명 중 투수 1명과 야수 1명을 항상 비워놓고 2군 코치진의 100% 추천을 통해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투입할 것"이라면서 "(기존에) 이름 있는 선수가 2군에 내려갔을 때 잠깐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는 식으로는 지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와서 잘해주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것이고, 부족하다 싶으면 다른 선수와 또 바꾸는 식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중에 하나는 걸리지 않겠나. 누구 한 명은 튀어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1, 2군 간 활발한 선수 이동은 부진을 겪는 선수에게도 득이 된다는 것이 이 감독의 판단이다.
이 감독은 특히 올해 성장세가 주춤했던 김주원, 김형준 등을 두고 "초반에 (휴식이 필요한) 시그널을 놓쳤다. 몸 상태가 제 모습이 아니었을 때 2군으로 내려서 컨디션을 올리도록 만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진한 상태가) 오래가다 보니까 그 선수가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다 무너지더라"면서 "슬럼프가 오기 전에 코치진이 휴식을 주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모든 파트가 참여하는 라인업 회의, 지명타자 출전 경기 수 제한 등을 내걸었다.
이 감독은 "타순을 한 분야에서 짜는 것이 아니라 스태프, 프런트, 데이터 팀, 트레이닝 파트까지 다 회의에 들어와서 매일 1∼9번을 짤 것"이라면서 "최종 결정은 제가 하지만, 내부 논쟁이 많이 일어나면서 베스트 라인업이 뽑힐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렇게 해야만 내부 편이 갈리고 팀이 와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모두가 결정해서 잘못되면 다 같이 반성하고 잘되면 다 같이 즐거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명타자 출전 제한에 대해선 "저도 지명타자를 오래 했지만 그땐 생각을 못 했다"고 멋쩍어하면서도 단호하게 설명했다.
이 감독은 "기본적으로 (한 선수에게) 지명타자로 30∼40경기 이상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 선수를 지명타자로 딱 잡아놓으면 좋은 선수 한 명이 벤치에 계속 앉아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선수가 언제 육성되겠나"라고 했다.
올 시즌 대부분 지명타자로 출전한 손아섭과도 면담할 것이라면서 "고참들이 힘들겠지만, 수비를 계속 나간다는 생각으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유망주 육성과 내부 경쟁의 선례로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를 언급했다.
이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에 오른) 삼성은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고 계속 육성하고 기회를 주다 보니 김영웅, 이재현 등의 선수가 올라온 것"이라면서 "NC도 3년 내로 대권에 도전할 기회가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LG를 두고는 "10점 차 이상 이기든 지든 고참들이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 자기 대신 기회가 생긴 선수에게 자리 뺏길까 봐서"라면서 "잘못하면 내 자리가 뺏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감독은 취임 선물 차원의 자유계약선수(FA) 영입도 공개적으로 사절했다.
그는 "2군에 육성할 선수들이 많다. FA에 쓸 돈으로 소고기를 먹이는 등 그쪽에 투자해 달라고 이야기할 생각"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다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승 기회가 왔을 때 취약한 포지션에 대해서는 (FA 영입을) 한번 요청할 생각이다. 그런데 (외국인 투수) 카일 하트 재계약은 선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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