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천재는 달랐다.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1-0으로 리드하던 7회말 3실점, 2사 2루 추가 실점 벼랑 끝에 몰린 삼성 라이온즈. 김도영 타석이 돌아오자 삼성 벤치는 김윤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더 이상 점수를 내주면 승부를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내려진 결정이다.
플레이오프에서 김윤수는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LG 트윈스가 자랑하는 최강 타자 오스틴 딘과의 승부를 전담했다. 김윤수는 오스틴과의 3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150㎞가 넘는 강속구에 오스틴의 방망이가 따라가지 못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의 김윤수 활용에 대해 "표적 등판은 아니었다(웃음). 상황이 그렇게 걸렸는데 김윤수가 잘 던졌다.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준비시켰다"고 밝혔다.
최강 타자를 상대로 보여준 담대함.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윤수는 삼성 마운드의 스페셜리스트 0순위였다. 박 감독은 "가장 걱정했던 제구력이 안정세고 자신감 있게 던져주고 있다. 상대를 압박해야 할 상황에 활용해야 할 것 같다"며 "한 타자만 상대할지, 이닝을 맡길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도영 타석에 김윤수가 마운드에 오르면서 박 감독은 의지를 실천했다.
그러나 삼성의 노림수는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김도영은 김윤수가 뿌린 초구 152㎞의 공을 가볍게 공략했다. 깨끗한 좌중간 적시타가 됐고, 2루 주자 소크라테스가 홈을 밟았다. 김윤수가 그대로 마운드를 지킨 가운데 김도영은 2루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의 무게감은 천지차이. 김윤수를 마주한 오스틴과 김도영의 차이 역시 명확했다. 삼성과 박 감독의 머릿 속이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