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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최근작이 대표작 되길"…'보통의 가족' 허진호 감독, 韓멜로 거장의 새 도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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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한국 멜로의 거장이 스릴러 장르물로 10월 극장가를 찾았다. 허진호 감독(61)이 영화 '보통의 가족'을 통해 새로운 연출 도전에 나선 소감을 전했다.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허 감독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수많은 명작들을 탄생시킨 한국 멜로 영화의 거장이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그는 "관객들이 오래전 영화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지만, 감독의 입장에선 가장 최근작이 대표작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람들이 저를 소개할 때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이라고 하는데, 그 영화가 벌써 언제 적 영화인가(웃음). 많은 분들이 아는 작품으로 소개를 하는 거지만, 저는 가장 최근작으로 소개되고 싶은 감독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보통의 가족'을 연출한 계기에 대해 "전작과 결이 다르기도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다만 스릴러 장르도 멜로처럼 감정이 움직이는 장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작업을 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또 '보통의 가족'에 참여한 배우들을 캐스팅하게 된 이유도 전했다. 먼저 설경구에 대해 "'8월의 크리스마스'로 일본 영화제에 갈 일 이 있었는데, 설경구도 '박하사탕' 때문에 일본에 왔더라. 우연히 술집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저도 신인 감독이었고, 설경구도 신인이어서 술을 마시면서 굉장히 친해졌다. 이후에도 좋은 관계가 유지되어 작품을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험한 관계' 이후 두 번째 작업을 함께한 장동건에 대해선 "장동건과는 중국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대본에 있는 재규라는 인물을 볼 때마다 장동건이 생각났다. 주로 강한 역할들을 많이 해왔는데, 본인도 이런 연기가 처음이라고 해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재규가 어떤 사람일까'하고 고민을 하길래, '동건 씨처럼 연기했으면 좋겠다. 크게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허 감독은 첫 작업을 함께한 김희애를 향한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김희애에 대해 "제가 영화 시작하기 전부터 좋아하는 배우였다. 군대 가있을 때 브로마이드 붙여놓고 했다"며 "'봄날은 간다' 끝나고 한 번 만난 적 있었는데, 그것도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참 편했다. 어떻게 보면 저보다 경험이 많은 배우인데 겸손하더라. 매번 신인 배우처럼 연습하고 연기했다"고 감탄을 표했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에서도 세 번의 식사신이 등장한다. 이에 허 감독은 "네 명의 배우가 모여서 촬영할 땐 힘들었지만, 각각 따로 촬영하는 것보다는 훨씬 재밌었다. 보통 그런 장면을 촬영할 땐 날이 서 있어서 스태프까지 힘든 경우가 많다"며 "근데 '보통의 가족' 촬영 때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완(설경구)의 아내 지수를 연기한 수현에 대해 "할리우드 영화 통해서 몇 번 보다가 실제로는 처음 봤는데 맑고 밝았다. 그늘이 없어 보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극 초반에는 지수라는 인물이 나이 많고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한 캐릭터여서 호감이 가지 않을 수 있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정상적인 인물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며 "수현이 그런 느낌을 잘 표현해 줬다. 또 나머지 배우들이 모두 선배들이다 보니 현장 분위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기죽지 않고 연기를 하더라. 편집을 할 때도 선배들에게 눌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허 감독은 멜로 장르 연출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멜로 영화를 최근 극장에서 보기 힘들어졌다"며 "상업적인 파워가 장르적으로 많이 약해졌기 때문에 새로운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멜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좋아했다가, 원망했다가 또 그리워하게끔 만들지 않나.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드러나는 장르는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멜로를 찍는다면, 설경구와 장동건 중 어떤 배우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은지"를 묻자, 허 감독은 "두 배우와 함께하고 싶다. 삼각관계를 그려보면 재밌을 것 같다. 아니면 둘의 멜로도 안 될 건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