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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그래도 계속하고파"...조용필, 데뷔 56년차 '가왕'은 여전히 도전 중(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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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상을 꿰찼다. 히트곡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끝이 없다. '조용필'이라는 이름 하나로 주는 무게감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이미 이룬 성과에 안주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1950년생인 조용필은 데뷔 56년 차에도 있는 힘을 다해, 음악과 분투 중이다. 그가 왜 오랜 시간 '가왕'으로 불리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이다.

조용필은 22일 서울 용산 한남동 블루스퀘에서 정규 20집 '20' 쇼케이스를 열고, 11년 만에 신보를 발표하는 소감을 밝히면서 그간의 음악 인생을 돌이켰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꿈', '바람의 노래', '바운스', '그 겨울의 찻집', '여행을 떠나요',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단발머리', '모나리자', '기다리는 여름', '헬로', '친구여', '허공', '킬리만자로의 표범', '창밖의 여자'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가왕' 자리를 지켜온 조용필이 드디어 앨범 '20'의 큰 그림을 모두 펼쳐 보인다.

조용필이 정규 음반을 내는 것은 2013년 정규 19집 '헬로' 이후 약 11년 만이다. 2022년 10월과 지난해 4월, 각각 정규 20집을 알리는 리드 싱글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1, 2'를 발매하며, 예열해 온 바다.

최근 싱글만 발표해 온 조용필이 11년 만에 앨범 형태의 음반을 발표하는 셈이다. 조용필은 "제 나이 70 넘어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열심히 해봤다"라고 말했다. 또 앨범 형태의 음반에 대해 "20집까지 했지만, 앨범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라면서도 "좋은 곡을 만들면 계속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신작 '20'에서 조용필은 록, 일렉트로니카, 발라드를 가로지르는 넓은 장르 스펙트럼에 조용필만의 강렬한 음악적 인장을 찍어 '조용필 ver. 2024'를 보여준다.

'20'은 조용필의 음악 세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앨범으로,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비롯해 '찰나', '타이밍', '세렝게티처럼', '왜', '필링 오브 유', '라'까지 총 7곡이 수록됐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번 신보를 작업했다는 조용필은 "하다 보니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들어갔으면 하더라. 하다 보니 욕심이 나더라. 노래 녹음이 다 끝났는데도 그랬다. 사실 너무 아쉽다"라고 고백했다.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뭉클한 응원가로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금 늦어도 좋다고 토닥여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호쾌한 전기기타, 청량감 넘치는 절창, 고해상도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조용필만의 모던 록을 완성했다.

가사에는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가 아닌 패자의 심경을 녹였다고. 조용필은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같이 싸웠던 1, 2등을 나눴던 패자 선수 한 분은 끝나자마자 속상해하더라. 물론 그 선수분은 적응하셨겠지만, 그 당시 나 같았으면 '힘을 가질 거야, 한 번 더'라는 마음을 가졌을 것 같다"라며 "작사하신 분과 만나서, 이 얘기를 들려줬다. 직선적으로 말하는 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수 없는데,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이 이 중에서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가요계에서 조용필 업적을 고려하면, 조용필이 패자의 감정에 이입할 리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조용필은 "만족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금도 들어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라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했다며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자신이 패자라고 느꼈던 순간을 돌이키기도 했다. "92년도에 기자회견 했을 때가 '꿈'이 나왔을 때다. 그 노래 끝나고 기자회견을 했었다. 80년도부터 92년 기자회견 전까지, 방송을 너무 많이 했었다. 저만큼 TV를 많이 나간 사람도 드물었을 것이다"이라고 말한 조용필은 "'계속 이러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 방송인으로 남지 않을까' 싶더라. 저는 가수인데, 나가서 게임 프로그램 나오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것을 거절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TV에 안 나오겠다고 선언했는데, 그 후가 문제다. 콘서트만 하겠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객석이 많이 찼다. 2년, 3년 지나면서 점점 줄더라. 히트곡이 몇 곡인데, 이렇게 안 오실 수 있다니. 그때 자신에 대해 실망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전 히트곡들을 살펴보면, 사랑에 대한 가사가 많았던 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사랑 가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사랑 노래를 너무 많이 불렀다. 사랑이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조용필은 "요즘에는 '꿈'을 작사할 때 마음과 비슷하다.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청년들에 대한 사설을 보고 가사를 썼다. 제가 쓰지는 않지만, 요즘도 작사가분들에게 요청을 한다"고 했다.

이번 신보에도 응원가로 보이는 곡이 많아 보인다. 조용필은 "옛날 노래를 들어 보면, 그런 곡들이 있지 않느냐. 우리들의 마음을 조금 북돋아 주고 희망을 주는 음악들이 있다. 그것의 연장선인 것 같다. 저도 그런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저도 해야 한다는 마음일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힘들어 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뭐든지 힘든 과정이 있어야 하나의 것을 완성할 수 있다. 지금 힘들다고, 계속 힘들어하면 결국 못한다. 힘들어도 끝은 내봐야 한다. 아마 작은 것이라도 나중에는 더 발전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뮤직비디오에는 실력파 배우 박근형, 전미도, 이솜, 변요한이 출연했다. 조용필 특유의 파워풀한 보이스에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력이 더해져 뮤직비디오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또한, 제작에는 화제의 영상 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이 참여해 완성도를 더했다.

핫한 인물들과 작업을 함께한 것을 두고, 역시 조용필은 여전히 트렌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의견에는 "사실 '그래도 돼'는 맡겨 버렸다. 제가 참견할 것이 아닐 것 같더라. 그분들이 유명한 분들이라. 앞서 '필링 오브 유'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는 제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한번 해보자고, 흥미롭다는 생각에 해봤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더불어 오는 11월 23일과 24일, 11월 30일과 12월 1일(총 4일간)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 - 서울'을 개최하고 음악 팬들을 만난다. 서울을 시작으로 개최 도시를 추가할 계획이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콘서트 스포일러도 전했다. 먼저 이번 신보의 수록곡 '라' 무대를 귀띔했다. 조용필은 "사운드도 그렇고 자꾸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하고 싶으니 하지 않았겠느냐. 콘서트에 잘 맞는 곡인 것 같다. '라라라'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할 것 같다. '내가 어떻게 하니? 좀 그렇지 않니?'라고 했지만, 결국 하게 됐다"고 예고했다.



벌써 데뷔 56년 차다. 가늠할 수도 없는 오랜 시간인 만큼, 긴 세월 음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짚었다. 조용필은 "가수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음악이 좋아야 하고, 장르도 다양하게 들어야 하고,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창법, 음정 내는 연습 방법 등 굉장히 연구한다. '저 가수는 저렇게 했는데, 나는 될까?'라면서 바로 또 실험도 해본다. 그게 사실 재밌다. 그래서 지금까지 음악을 하게 된 동기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인데, 대중의 표현이라고 본다. 가사도 마찬가지로, 결국 그 가사와 노래는 대중의 것이 된다. 그래서 신경을 굉장히 쓰는 편이다. 예전에는 잘 모르고 했었다. 음악이 좋아서 하는 것이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디테일하게 연구하는 편이다"고 했다.

또 "요즘에는 최신곡부터 1950년대까지, 시간대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흐름, 장르, 음악의 변화를 듣는다"는 조용필은 "후배 가수들에게 콘서트를 하면 꽃을 보내면, 더 열심히 할 것 같고 용기가 될 것 같아서 보내주곤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연구한다고 했는데, 어떤 곡이라도 흉내 내고 싶은 곡이 많다. 저는 그런 창법이 안 된다. 그래서 작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도 흉내내고 싶은 마음에, 곡을 듣고 많이 연습한다. 잘 알려지지 않아도, 유튜브를 통해 보면 좋은 가수가 많다. 서양 사람과 동양 사람이 또 다르다. 목이 커서 그런지, 울림이나 녹음 부분에서 다른 면이 많다.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여전히 음악 작업에 노력 중인 근황을 전했다.

연습 과정에 대해서는 "곡을 연습하면 대부분 '잘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가 결정된다. 스마트폰으로 녹음해 보고, 작은 스피커로도 들어 보고, 큰 스피커로도 들어 본다. 가사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 가사도 해보고, 저 가사로 해봤다. 결정이 난 후에는 창법이나 톤을 연습하게 된다"고 돌이켰다.

음악 작업 시, 가장 신경 쓰는 점을 들려줬다. 조용필은 "사운드를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 그것이 마음에 들면, 작업을 시작한다. '단발머리', '창밖의 여자'가 80년대에 나왔는데, 뿅뿅 소리는 전자상가에 가서 사 온 기계로 직접 쳤다. 사운드에 욕심이 어렸을 때부터 남다르다"고 말했다.

작업 과정으로는 "믹싱 작업은 미국과 같이 한다. 16~7번 정도를 왔다 갔다 한다. 거기서 사실 지겨워하기도 한다. 한 달 반, 두 달 반은 그 사람도 다른 일이 있지 않겠느냐. 그 사람이 결국 한국까지 오기도 했다. 소리가 옛날 조용필은 아니다. 거기에 나름대로 제 상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맞게끔 해야, 무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오빠 부대'를 이끈 원조인 만큼, 지금의 글로벌 K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증이 생긴다. 조용필은 "우리나라는 엄청난 대한민국이다.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도약을 했고, 선진국에 들어왔다. 거기다가 K드라마, K팝 등도 잘됐다. 90년대 말부터 조금씩 발전해 나간 것이더라. 갑자기 BTS가 된 줄 알았는데, 그 중간에 샤이니 등 많은 시도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K팝이 인기인데, 저는 좀 늦게 태어났으면, 그리고 키가 크고 잘생겼으면 되지 않았을까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벌써 나이 74세인 조용필이지만, 이제는 100세 시대인 바.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그러나 조용필은 "계획은 없다"며 딱 잘라 말하며 "목소리가 조금 더 노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연습을 통해 좀 더 강한 목소리가 나오면 좋겠다"고 바랐다.

끝으로 음악에 대해 "한마디로 도전이다. 해보고 싶은 욕망이 많았던 것 같다. 이루지 못하고 끝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계속하고 싶다. 정 안 된다고 생각하면 그때 그만두겠다. 잘 부탁드린다. 감사하다"며 인사해, 이날 취재진의 큰 박수를 받았다.

조용필의 정규 20집 '20' 음원은 22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표되고, CD는 11월 1일 발매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