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유)태웅아, 대졸이 미래다! 프로 들어왔잖아? 이젠 너 하기 달렸다."
두번의 실패를 겪었다. 뜨거운 카메라의 시선도 받았다.
어렵게 발들인 프로의 세계다. 유태웅(22)의 가슴은 뜨겁게 고동치고 있다.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유태웅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아직 실감이 잘 안나네요. (김태형)감독님께는 이틀 전에 처음 인사를 드렸습니다"라며 웃었다.
성남고-동의대 출신 유태웅의 성장 과정은 모두 '최강야구'를 통해 절절하게 전해졌다. 동의대에서 빠른발을 활용해 '정갈량(정보명 전 감독)'의 작전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레전드들의 가슴을 서늘케하는 모습부터 몬스터즈 입단, 드래프트 좌절, 롯데 입단 발표까지 팬들의 눈시울을 붉힌 에피소드가 한가득이다.
야구선수 한명을 배출하기 위해선 가족 차원의 '올인'이 필요하다. 드래프트 실패 직후 부모님을 보곤 눈물이 터진 유태웅의 모습도 적지않게 회자됐다. '아빠 울수도 있어'라는 어머니의 귓속말에 아버지를 바라본 그는 "아빠 벌써 울고 있어"라며 함께 오열하고 말았다.
"부모님께서 제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고생하셨죠. 저보다 6살, 8살 어린 두 여동생이 있는데 미안함이 커요. 드래프트 딱 끝나고 아버지가 들어오셨는데…저도 울컥했죠."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정현수 고영우 황영묵 등을 배출하고, 원성준도 육성선수로 입단하며 '대박'을 쳤던 몬스터즈는 올해 전원 탈락이란 현실에 직면했다. 예상과 달리 문교원, 이용헌 등도 드래프트에 실패했다.
뒤늦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유태웅이 롯데에 육성선수로 입단하게 된 것. 유태웅은 "몬스터즈 선배님들, 동기들의 마음을 받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더 잘하고 싶습니다"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가족들의 기대와 열정에 보답할 기회를 잡았다.
몬스터즈와 롯데 2군의 맞대결에서 사직구장을 가득 채운 야구팬들을 보며 '롯데에서 뛰고 싶다'는 격한 감정을 처음 느꼈다고. 그 마음이 현실이 됐다. 다행히 롯데에는 몬스터즈 출신 정현수, 동의대 출신 백두산 이주찬 신윤후 등이 있어 적응이 어렵지 않을 전망.
주 포지션은 유격수. 빠른발과 기민한 푸트워크로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는 내야수다. 유태웅은 '장점을 꼽아달라'는 말에 "멘털이 좋습니다. 그래서 긴장을 덜하다보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요. 내야 전포지션 모두 가능합니다. 김민호 코치님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타격의 경우 배트에 맞추고 뛰는 스타일에 가까웠다. 보다 묵직한 한방 스윙을 장착하려다 실패했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그런데 롯데의 경우 유태웅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있다. 올해 힘있는 스윙을 장착하는데 성공한 황성빈이다. 유태웅과도 벌써 각별한 사이가 됐다.
"선배님이 저한테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프로 들어오면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경기 나가는 건 지명 순서대로 아니다. 주어진 기회를 잡는게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대졸이 미래다'라는 말씀 감사했어요."
유태웅은 "몬스터즈에서도 수비 잘한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다. 롯데 입단한 이후로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내년에 기회가 온다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