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는 지난해 디비전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패로 무릎을 꿇은 직후 프런트 회의를 열었다.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 부문 사장 주재로 브랜든 곰스 단장과 데이비드 핀리 스카우팅 부사장, 빌리 가스파리노 야구 운영 부사장 등 수뇌부들이 모두 모였다.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서 '광탈'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거취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로버츠 감독과는 이미 2022년 봄 3년 연장계약을 해 2025년까지 지휘봉을 맡기기로 한 상황이었다. 다저스 구단은 2016년부터 팀을 맡아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을 이끌고 포스트시즌 무대를 매년 선사한 '명장'에 대한 신뢰를 의심한 적이 없다.
그 자리에서는 오로지 오프시즌 계획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마침내 FA로 풀린 오타시 쇼헤이를 영입하는데 의견을 모으고 구단주 그룹에 보고하기로 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면 안됐다. 2024년 다시 우승에 도전하려면 오타니가 필요했다. 공격적인 오프시즌을 결의했다.
MLB.com은 21일(한국시각)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작년 오프시즌 다저스의 최우선 과제는 오타니 쇼헤이였다. 오타니 영입에 성공한 뒤에는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채우기로 계획을 다시 세웠다. 결국에는 오프시즌 타깃으로 정한 모든 선수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1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오타니를 10년 7억달러에 모셔왔다.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이었지만, 총액 중 6억8000만달러를 계약기간 후 지급하기로 했다. 자신의 몸값에 구애받지 말고 우승 전력을 만들라는 오타니의 요청이었다.
올시즌 다저스를 이끈 건 오타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투수로는 재활을 진행하면서도 지명타자에 전념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마운드, 특히 선발진이 잇달은 부상으로 붕괴된 상황에서 다저스는 오타니를 위시로 한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NL 승률 1위를 차지했다.
오타니는 타율 0.310, 54홈런, 130타점, 134득점, 59도루, OPS 1.036을 마크하며 생애 세 번째 MVP를 예약했다. 이번에도 만장일치 의견이 유력하다.
오타니는 포스트시즌 들어 심한 기복을 보였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1차전에서 3점홈런을 친 것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타격이 드물었다. 5경기에서 타율 0.200, 4타점, OPS 0.623에 그쳤다. 특히 리드오프로 나서면서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출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NLCS에 들어서면서 감을 잡았다. 오타니는 1차전서 2-0으로 앞선 2회 도망가는 적시타를 포함해 2안타 1타점 2득점을 터뜨렸고, 3차전에서는 4-0으로 앞선 8회 승리에 쐐기를 박는 우월 3점포를 날렸다. 3차전 홈런은 주자없는 상황에서 23타수 만에 터뜨린 첫 안타였다. 이어 4차전서는 1회 우중간 선제 솔로홈런을 포함해 1안타 3볼넷 4득점을 때리며 10대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6차전에서도 오타니가 공격을 혈을 뚫었다. 1회말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득점을 올렸고, 6회에는 쐐기 적시타를 날렸다. NLCS 6경기에서 타율 0.364(22타수 8안타), 2홈런, 6타점, 9득점, 9볼넷, 7삼진, OPS 1.184를 마크했다. 정규시즌 MVP 후보다운 활약상이다.
이번 NLCS MVP는 토미 에드먼이 가져갔지만, 오타니의 존재감도 묵직했다.
오타니는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직후 가진 FOX스포츠와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월드시리즈는 내 평생 동안 꿈꿔온 무대다. 마침내 그 무대에 나가 뛸 수 있게 됐다. 다음 목표는 우승이다. 그러길 바란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오타니와 함께 테이블 세터로 시즌을 이끈 무키 베츠도 "월드시리즈는 언제나 특별한 무대다. 특히 우리 선수들과 함께라면. 우리 선수들을 사랑한다. 매일 운동장에 나오는게 즐겁고 시합을 하는게 재밌다. 다저스 선수라 더욱 즐겁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