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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1R 이유 증명했다…14년 차, 커리어가 시작됐다 "내년 목표는 '10개'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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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솔직히 70경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한승혁(31·한화 이글스)은 2011년 KIA 타이거즈 1라운드(전체 8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당시에는 드물었던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던 그는 선발과 구원 등으로 기회를 받았지만, 제구가 일정치 않아 확실히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2022년 시즌을 마치고 트레이드로 한화로 팀을 옮겼다. 지난해에도 한승혁은 21경기 출전에 그쳤다. 36⅓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 6.44로 마쳤다.

어느덧 프로 14년 차. 마침내 한승혁의 '진짜 커리어'가 시작됐다.

시범경기 4경기에서 5⅔이닝을 던져 한 점도 주지 않았고, 3월 등판한 5경기에서도 평균자책점 0을 유지했다.

이제는 되나 싶던 시기. 한승혁은 "매년 시즌 초반 페이스는 좋았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정규시즌을 모두 마쳤을 때. 한승혁은 총 70경기 등판한 투수가 됐다. 팀 내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수다. 홀드도 19개나 쌓였다. 셋업맨으로 확실한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많은 경기에 나왔지만, 한승혁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가을 훈련을 하고 있다. 공을 던지기보다는 회복 운동을 하면서 내년 시즌 대비를 하고 있다.

한승혁은 "올해는 솔직히 70경기까지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60경기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시즌 전부터 그렇게 준비했다. 그런데 시즌을 하다보니 또 70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해보고 싶었다. 일단 이뤄내서 한 시즌 정말 잘 돌았다 생각이 들었다. 또 홀드도 그렇게 많이 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온 만큼,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한승혁은 "시즌 중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중간 투수면 나가지 않더라도 팔을 푸는 경우가 있다. 나도 올해 70경기에 나갔지만, 팔만 풀고 안 나간 경기도 많았다"라며 "시즌 끝나고 잘 정비하고 회복해서 내년에도 잘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 나는 이렇게 경기를 많이 나간 게 처음이니 더 준비를 잘해야 할 거 같다"고 다음을 준비했다.

자신도 걱정했던 '초반 징크스'를 이겨낸 비결에 대해서는 "그동안 초반에 너무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으면 후반에 가서 무너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올해는 그 부분도 생각하고 감안해서 경기를 했던 거 같다. 특히 생각보다 여름을 잘 보낸 거 같다. 그동안 여름에 항상 좋지 않았다.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꼈는데, 그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구속이 줄어드는 게 아니고 섬세하게 밸런스 등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운이 많이 따랐던 한 해였다"고 말했다.

올 시즌 도입된 자동투구 판정 시스템(ABS)의 도입은 한승혁에게 도움이 됐다. 제구가 좋지 않다는 이미지에 비슷한 공이면 '볼' 판정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기계 판정으로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이 스트라이크로 인정받으면서 더욱 자신 있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한승혁은 "의도한 곳에 공을 던질 수가 없을 때가 굉장히 많았다. 이제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아주다 보니 나에게는 어느정도 유리한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 그 덕분에 기록이 엄청 좋지는 않지만, 홀드도 많이 할 수 있었다"라며 "내년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1년을 해봤으니 올해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그는 이제 완전히 불펜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승혁은 "선발 투수가 좋기도 하지만, 사실 1년 내내 5이닝 이상 던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 중간을 하다 보니 또 선발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거 같다. 올해 재미있게 한 거 같다"라며 "안 좋았던 상황이 몇 번 쌓이면 위축되기도 하는데 감독님과 투수코치님께서 믿어주고 하니 더 잘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분명한 성과를 남겼지만, 곧바로 내년을 바라봤다. 한승혁은 "올해는 올해로 끝난 거고 내년은 또 내년이다. 목표가 있다면 홀드나 경기 출전 수보다는 볼넷을 10개 정도 줄이고 싶다. 올해도 볼넷을 40개 가까이 줬는데 불필요한 상황에 나오다 보니 나도 힘들어지고, 중간에 교체되는 경우가 많아 다음에 투수가 올라올 때도 많다. 내 스탯도 안 좋아지니 그런 부분에서 볼넷을 줄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 커리어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50경기도 못 나갔었는데 70경기까지 나가다보니 이제 올해를 기반으로 해서 차츰 커리어를 잘 만들도록 하겠다"라며 "이제 올라가면 1이닝이면 1이닝 딱 강력하게 막을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