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하나로 모으는 부상 투혼…중심이 된 구자욱
(광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삼성 라이온즈는 20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출전 선수 명단을 제출하면서 투수 이호성을 제외하고 외야수 김현준을 등록했다.
왼쪽 무릎을 다친 구자욱 때문이다.
구자욱은 지난 15일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 1회에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쓰러졌고,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일본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뒤 18일 귀국해 선수단에 합류했으나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다.
많이 뛰어야 하는 수비와 주루 플레이를 하기엔 여전히 무리가 따른다.
구자욱이 경기 후반 대타로 나설 경우 교체해야 할 외야수가 필요한데, 이에 따라 김현준이 추가로 발탁됐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20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구자욱의 상태는 매일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지만, '이렇다'고 똑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희생하려는) 선수 말을 듣고 무리하게 기용하면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무릎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며 KS 출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박진만 감독은 여전히 구자욱의 활용 범위와 쓰임새를 놓고 고민 중이다.
구자욱의 이름 옆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있다.
다만 확실한 건, 구자욱의 투혼이 지친 선수단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주장 구자욱은 삼성 선수들이 전의를 불태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단기전은 선수단 기세가 중요하다.
역대 KS에선 부상 투혼을 펼친 선수들이 팀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줬던 사례가 많다.
삼성과 LG의 2002년 KS가 대표적이다.
당시 고관절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던 LG 김재현(현 SSG 랜더스 단장)은 6차전 5-5로 맞선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나와 노장진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적시타를 날렸다.
당시 LG는 해당 경기에서 9-10으로 패해 우승 트로피를 내줬지만, 김재현의 투혼은 LG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2021년 KS에선 kt wiz 박경수가 목발을 짚고 선수단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는 두산 베어스와 KS 2, 3차전에서 여러 차례 몸을 날리는 호수비를 펼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3차전 막판 수비 도중 종아리 근육이 파열돼 4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경수는 목발을 짚고 경기장에 나타나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고, 창단 첫 통합우승의 중심에 섰다.
2022년 KS에선 SSG 랜더스의 한유섬이 키움 히어로즈와 6차전 도중 주루 플레이를 하다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쳐 병원에 실려 갔다.
남은 SSG 선수들은 한유섬의 빈자리를 메우며 4-3으로 승리,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병원 치료를 받고 급하게 돌아온 한유섬은 목발을 짚고 눈물을 흘리며 우승 세리머니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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