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허훈이 나니, KT가 살았네.'
남자농구 수원 KT가 20일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벌어진 '2024~2025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서 허훈과 문정현 등의 활약을 엮어 72대63 승리했다. 이로써 KT는 전날 부산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리턴매치' 패배 충격에서 빠르게 탈출했고, 삼성은 개막 2연패에 빠졌다.
이래저래 피로감이 큰 두 팀의 만남이었다. KT는 전날 디펜딩챔피언 KCC와의 공식 개막전 원정서 예상밖 석패를 당했다. KCC는 양대 에이스 최준용 송교창이 부상으로 빠졌고, 외국인선수도 디온테 버튼만 기용했다. 그런데도 KT는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지 못한 채 당했다. 이 과정에서 간판 센터 하윤기가 왼발목 부상으로 21일 정밀검진을 받기로 했다.
2주 전, KBL컵에서 KCC에 완승을 거둔 여운을 살릴 겨를도 없이 허를 찔린 데다, 핵심 전력을 잃고 먼길을 다녀왔으니 잃은 게 너무 많은 KT였다. 삼성은 조금 달랐다. 전날 원주에 이어 개막부터 연속 원정경기라 신체적 피로감을 무시할 수 없지만, 자신감은 충전하고 왔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이자, 올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인 원주 DB에 막상막하로 맞서며 83대88로 패했다. 믿었던 가드자원 이대성과 최성모가 부상 이탈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경기력이었다. '더이상 만년 꼴찌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은 듯, 예년과 달라진 삼성이다. 이날 패하면 시즌 첫 연패, 잠깐이지만 기분 나쁜 최하위로 떨어지는 두 팀으로서는 오로지 시즌 첫승을 향해 직진할 수밖에 없었다.
전날 DB에 이어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팀을 만난 삼성은 한동안 잘 버텼다. 이지슛이 터지지 않는 바람에 1쿼터 11-17로 기선을 내줬지만 2쿼터 들어 단순하지만 효과 빠른 탈출법을 선택했다. '코번 몰빵'이다. 피지컬과 높이(2m10)가 리그 최강인 코피 코번을 골밑에 박아두고 베테랑 가드 이정현이 연신 몰아주기를 했다. 그 덕에 삼성은 6분 만에 24-24, 동점에 성공하며 반전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알고도 당한 KT가 코번에 대한 수비 숫자를 더 늘리는 한편, 외곽에서의 볼배급 차단에 주력하는 등 '기본'을 되찾으면서 급한 불을 껐다.
여기에 소화기를 제대로 뿌린 이가 있었으니 KT의 에이스 허훈이었다. 2쿼터 종료 2분1초 전, 이날 자신의 첫 3점포를 터뜨린 허훈은 곧바로 단독 돌파에 이은 뱅크슛으로 홈 관중의 대열광을 유도했다. 이어 삼성 박승재가 공격 시작을 위해 드리블하고 나오던 것을 쏜살같이 달려가 가로채기한 뒤 단독 돌파에 이은 레이업으로 35-24, 이날 첫 10점이상 차 리드를 만들어줬다.
전날 KCC전까지만 해도 자존심을 다소 구겼던 허훈이었다. KBL컵때부터 오른 손목 부상으로 붕대투혼을 해왔던 그는 KCC전에서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했다. 4쿼터 막판 승부처 상황에서는 손목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송영진 KT 감독에 의해 벤치로 밀려나오는 대신 슈터 최진광에게 해결사 역할을 내줘야 했다. 결국 패배로 끝나자 송 감독은 "허훈을 뺀 것은 내 잘못"이라고 했고, 이날 삼성전서는 허훈의 부상 관리를 위해 최창진 문성곤과 교대하며 허훈 활용도를 높였다. 그러자 허훈이 제대로 화답한 것이다.
허훈은 전날 하지 못했던 클러치 활약도 완수했다. 4쿼터 초반과 중반 꼭 필요할 때 상대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뿌리는,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운 레이업을 들어올렸다. 경기 종료 5분54초전 64-47로 앞선 KT는 이후 허훈을 푹 쉬게 하며 승리를 맞이했다. 허훈은 17득점과 함께 양팀 최다인 7개의 어시스트도 배달했다. 허훈이 흔들어놓자 문정현에게도 길이 열렸다. 문정현은 이날 고비마다 터뜨린 3점슛 2개를 포함, 16득점-3리바운드-3가로채기로 힘을 보탰다. 패장 김효범 감독은 "허훈이 전반에 얼리오펜스 등으로 KT의 물꼬를 터줬다. 그런 차이에서 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SK는 안양 정관장을 95대71로 대파하고 시즌 개막을 기분좋게 출발했다.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