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그가 걷는 길이 곧 한국 야구의 역사였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6)의 행보, 찬란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 탈삼진, 10년 연속 170이닝 돌파, 통산 두 번째 2500이닝 달성 등 '리빙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KIA 이범호 감독마저 "위대한 업적"이라며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일 정도.
2021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실패를 맛보고 돌아온 그가 이듬해 KIA로 복귀할 때만 해도 기대보단 우려가 컸다. 그러나 복귀 첫 해 12승(7패)을 거두면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지난해에도 171이닝을 던지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도입된 올 시즌에도 두 자릿수 승수(11승) 달성 및 170이닝 돌파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며 '대투수'라는 수식어가 왜 붙었는지를 증명했다.
때문에 V12가 간절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고 강조해왔던 그였다. 선배들이 타이거즈라는 이름 아래 세운 불패의 역사를 지켜야 한다. '타이거즈 영구 결번'이 프로 인생 최대 목표인 그에게 우승에 대한 열망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두 개의 우승 반지를 가진 양현종이다.
2009시즌은 V10의 조연이었다. 정규시즌 12승5패로 놀라운 성장세를 증명했던 '프로 3년차 양현종'은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3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음에도 패전 투수가 됐다. 6차전에선 원포인트 불펜, 7차전에서도 구원 등판해 1⅓이닝을 책임지는 등 선배들과 함께 우승을 일구는 역할이었다.
20승으로 타이거즈를 넘어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 투수가 된 2017시즌엔 V11의 주연이었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무실점으로 사상 8번째 한국시리즈 완봉승 투수가 됐다. 5차전에선 팀이 1점차로 리드하던 9회말 구원 등판해 V11을 완성하는 세이브를 챙겼다. 6차전 선발로 내정됐음에도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아웃카운트로 연결되는 포수 파울플라이가 나오자 허공으로 왼손을 치켜드는 모습은 지금까지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에이스를 넘어 레전드가 된 2024년. 양현종은 세 번째 우승 반지 획득에 도전한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양현종은 KIA가 자랑하는 토종 에이스로 팀 승리 및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다. 1993년 이후 31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만난 삼성이 그 상대다. 과연 양현종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명장면을 만들어낼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